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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진지공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던 강원 철원의 6사단 소속 이 모 상병이 인근 군부대 사격장에서 발사된 총알을 맞고 사망해 군이 수사에 나섰다. 애초에 육군은 두부총상을 입은 이 상병이 '도비탄'에 맞은 것으로 추정했지만 조사 결과 직선거리의 '유탄'에 맞은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육군은 9일 "국방부 조사본부가 지난 9월 26일 육군 6사단 소속 상병(당시 일병)이 전투진지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중 두부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를 진행한 결과, 고(故) 이 상병은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 발표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사고가 난 후 이틀 후인 28일 특별수사 지시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 일환이다.

육군에 따르면 이 상병은 지난달 26일 오후 4시10분쯤 강원 철원군 6사단 소속 이 일병이 진지공사 후 복귀 중 원인불상의 총에 맞고, 두부 총상을 입어 군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한 시간 뒤인 오후 5시 22분쯤 사망했다.

도비탄(跳飛彈)은 총에서 발사된 탄이 돌 등의 딱딱한 물체에 부딪혀 튕겨난 것을 가리킨다. 사격훈련장에서 도비탄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사격장 주변에서 도비탄에 사람이 맞아 숨지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게 당시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날 수사 결과 직선거리에서의 유탄(조준한 곳에 맞지 아니하고 빗나간 탄)에 이 일병이 맞았다고 최종 밝혀졌다. 군 당국은 이 상병을 순직으로 인정하고, 1계급 추서(상병)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현장확인 및 감식, 이 상병 부검, 과학수사 등 역량을 총동원하여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며 "사고원인은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일병 사망은 직선거리서 날아온 '유탄'...도비탄X, 직접 조준X = 이번 이 상병의 사망원인에 대해 군 당국은 △도비탄 가능성 △직접 조준사격 가능성 △유탄 가능성 등 크게 3가지 가능성에 대해 수사했다.

우선 국방부는 도비탄 가능성 여부에 대해 도비탄이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사망자의 머리에서 회수한 탄두(파편화된 4조각)는 감정 결과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5.56mm 탄두 파편이며, 탄두에 충돌흔적과 이물질흔적이 없었다. 사망자 우측 광대뼈 부위에 형성된 사입구(탄두가 신체에 들어가는 입구)도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다른 물체와의 충돌 없이 사망자의 머리 속에서 파편화돼 박혀있는 것으로서 도비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또 직접 조준사격 가능성 여부에 대해 "사격장 끝단 방호벽에서 사고장소까지 약60m 구간은 수목이 우거져 있고, 사선에서 사고장소까지 거리는 약 340m로 육안에 의한 관측 및 조준사격이 불가능하다"며 "사격훈련부대 병력들이 병력인솔부대의 이동계획을 사전에 알 수 없었으므로 이동시간에 맞춰 살인 또는 상해 목적으로 조준사격을 계획한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격훈련부대와 병력인솔부대가 다르고 병력상호간 일면식이나 개인적 원한관계가 없는 점 등 고려시 살인 또는 상해 등의 목적으로 직접 조준했을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탄 가능성 여부와 관련 "가스작용식 소총의 특성상 사격시 소총의 반동이 있고,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가 2.39°만 상향 지향돼도 탄이 사고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며 "사격장 사선으로부터 280m 이격된 방호벽 끝에서부터 60m 이격된 사고장소 주변의 나무 등에서 70여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 등 고려시 유탄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분석했다.

최종 결론적으로 도비탄과 직접 조준사격이 아니고, 사고장소로 직접 날아간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사망원인은 인재(人災)...제대로 안된 인솔·사격·관리부대의 불찰이 낳은 참사 = 사고원인 분석 결과,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 등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병력인솔부대가 진지공사후 도보로 복귀하던 중 사격총성을 청취하고도 병력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등 안전통제가 미흡했다"며 "사격훈련부대는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에 경계병 투입시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사망자 등을 포함한 병력이동시 경계병에 의한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격장관리부대는 사격장에서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 방향으로 직접 날아갈 수 있는 유탄에 대한 차단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며 "사격장 및 피탄지 주변 경고간판 설치 부실 등 안전대책이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단사령부 등 상급부대의 경우는 안정성 평가 등을 통해 사격훈련부대와 영외 전술도로 사용부대에 대한 취약요소를 식별하지 못하는 등 조정·통제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격훈련통제관으로서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 부여하지 않은 중대장과 병력인솔부대의 간부인 소대장, 부소대장 등 3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사단장 등 사단 사령부 책임간부 4명과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지휘관 및 관련 실무자 등 12명, 총 16명은 지휘감독소홀 및 성실의무위반 등의 책임이 있으므로 육군에서 조치토록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번 사고와 관련 "운용중인 모든 사격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안전 위해요소를 파악해 보완할 예정이며, 해당 사격장에 대해서는 즉각 사용중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군은 구조적인 취약점과 안전관리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 매뉴얼 표준화 등 3중 안전관리체계를 포함한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강구해 유사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