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권성동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2017.09.27. since19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대리전이 벌어졌다. 눈길을 끈 것은 두 부처의 대리인이다.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예산 문제로 반대하려는 기재부를 야당이 대변했고 여당은 이같은 기재부의 행태를 비판하며 자연히 국토부를 대리했다.

이날 법사위는 도시철도법 개정안과 주택법 개정안 등 국회 각 상임위를 통과한 150개 법안에 대해 심사·의결을 진행했다. 28일 열리는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들을 최종 점검하는 절차다. 법사위에선 주로 법안 내용의 체계와 자구 심사가 이뤄지는데 유독 이날 국토위 소관 법안들에 대한 이의 제기가 잇따랐다.

가장 먼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도시철도의 무임승차 비용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도시철도법 개정안이 타깃이 됐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자체 간 형평성을 들어 법안심사 제2소위 회부를 주장했다. 곧바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3건의 법안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김 의원은 법사위 한국당 간사이자 제2소위 위원장이기도 하다.

김 의원이 제동을 건 법안에는 주택법 개정안과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등이다. 주택법 개정안의 경우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늘리는 내용이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과 맞닿아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채용을 독려한 내용이 담겨져있다.

여당 의원들로선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들이 국회에서 발목을 잡히는 일을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 야당의 법안 처리 보류 주장에 일제히 들고 일어섰다. 그런데 여당 법사위원들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기재부를 향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온 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제동이 걸리고 2소위로 넘겨진 채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2소위에서 (법안을) 묵혀  폐기하는 기재부 전략에 넘어가지 말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금태섭 의원은 한발 더나아가 기재부의 '국회 무시' 행태를 비판했다. "법사위에서 토론을 하다보면 기재부가 반대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기재부가 반대하려면 소관 상임위에서 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야당 법사위원들을 향해선 "법사위가 계속 이러니까 (기재부가) 상임위에서 (반대를) 안 하고 법사위에 와서 전문위원한테 얘기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에서 보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기재부가 타 부처 소관 법안들을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를 '로비'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의미다.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법안들은 법안심사 제2소위로 넘어가면 향후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이 때 제2소위원장은 제1야당 간사가 맡는다. 그러다보니 부처 간 이해관계가 갈리는 법안들에 대해 제2소위 회부 여부를 놓고 야당 법사위원들에게 치열한 로비를 펼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에대해 주 의원은 "해당 상임위는 해당 부처와 산하기관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관례"라면서 "법사위가 기재부를 대신할 수 없지만 각 부처의 많은 법안들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순차적으로 실행 가능한 법안부터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위 심사하는 보람"이라고 해명했다.

반복돼온 법사위 월권 문제도 제기됐다.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 역할을 초월해 '상원' 노릇을 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해서다. 민주당의 조응천 의원과 박주민 의원 등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법사위가 존중해야 한다"며 야당의 지적이 법사위 기능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야당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여당의 얘기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하던 얘기랑 똑같다"며 "지난 정부 때 서비스발전기본법이나 외국인투자촉진법 등도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을 비롯해 야당 법사위원들이 엄청나게 반대했다"고 여야 간 입장변화에 따른 '내로남불'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