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한반도 안보 정세와 관련해 북한 주요 동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17.09.24.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
문재인 대통령이 일요일인 지난 2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하고 북한 도발을 막을 방안을 주문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쏠렸다. 청와대는 특별한 북한의 도발 없이도 사전 예방적 NSC를 열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 NSC'는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이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소집, 주재한 사실을 전날 오후 늦게 공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하 송영무 국방장관 등 관계 국무위원들도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성명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교안보부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적극 강구해 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외교적 수단과 함께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확고한 군사적 억지력을 당부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미국 순방결과를 공유하고 한반도 정세를 점검한 회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언론에 예고하지 않은 비공개 일정인데다 일요일에 소집하면서 긴급 소집이 아니냔 해석이 따랐다. 문재인정부 들어 24일을 제외하면 NSC는 10차례 열렸는데 모두 북한의 도발 이후 사후조치였다. 23일엔 북한의 도발이 없었다. 그런데도 최상위급 안보회의를 연 것이다.
전체회의란 형태도 주목됐다. 대통령 주재 전체회의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상임위보다 한 단계 격이 높다. 제6차 핵실험(9월15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7월4일) 직후 등때 소집됐다.
이에 가장 유력한 관측은 미국 전략폭격기 B-1B의 한반도 출격과 연결된다. 청와대가 전날 상황을 상당한 위기이거나 위기로 비화할 긴장 상태로 간주했다는 설명이다.
전날 B-1B는 동해상 국제공역까지 북상했다. 북한 영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동해쪽의 경우 북한 해안에서 22km(12해리) 떨어진 곳까지의 상공이 영공이다. 그럼에도 미 전략폭격기가 남북간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상한 것이어서 의미가 적잖다. 미국 정부도 21세기 들어 한반도에 출격한 폭격기·전투기 중 휴전선에서 가장 북쪽으로 올라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독자적 작전으로 수행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청와대, 국방부 등은 한미가 공조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렇다 해도 미 전략폭격기가 이만큼 북한 쪽으로 깊숙이 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 등을 통해 줄곧 북한문제의 평화적 관리를 말해왔다. 이처럼 과감한 무력시위에 동조했다면 파격적이다.
북한도 함경도 원산에서 지대공 미사일 SA-5 의 레이더를 가동한 걸로 알려졌다. 실제 발사까지 가지 않았지만 요격 미사일을 쏘기 위한 레이더가 작동했다는 뜻이다. 자칫 국지적 도발이나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를 맹비난, '말폭탄' 국면도 이어지고 있다. 우려했던 충돌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한반도 긴장이 지금처럼 팽팽히 고조된 상태라면 일촉즉발 상황이 재연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NSC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응방안을 적극 강구하라"고 말한 게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북한은 물론, 미국에도 우리 정부의 평화적 상황관리 의지를 재확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뒤집어 보면 우리 정부의 위기 관리력이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는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25일 "NSC 개최가 B-1B 대책 논의 아니냐는 질문이 있는데 너무 좁은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전날 NSC는 지난주부터 예정했으며 B-1B 비행도 한미간 사전협의로 긴밀한 공조 후 수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출범 이후 NSC가 핵실험이나 미사일실험 있을 때 사후에 대응조치 강구하기 위해 열렸는데 문 대통령이 '사전에 충분 점검·분석해서 대응책 대비하는 NSC도 필요하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175석' 민주당,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요구…원구성 난항 예고
- 2[기자수첩]"정치학 전공인데 투표 안 했다"는 30대, 왜?
- 3"제1 적대국" "주적" 북한 말폭탄…'중동 위기' 남의 일 아닌 이유
- 4'태풍이 된 남자' 조국 현상의 3가지 이유
- 5"군대 가기 싫어" 여친도 도왔다…적발된 169명 수법 보니
- 6'대북 강경파' 美 유엔대사 방한...외교·국방장관 만나 대북제재 논의
- 7"군대 가기 싫어"…없던 '뇌전증·우울증' 등 만든 159명의 최후
- 8[영상]북한 침투했던 그 무인기…표적 찍자, K9 포탄 140발 '쾅쾅'
- 9'AI·우주·반도체' 등에 올해 4000억 투자…K-방산 수출 뒷받침
- 10'채상병 특검 논란' 속 해병대 75주년…사령관 "거친 파도 이겨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