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캡처 |
"간밤에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 로켓맨(김정은)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북한에 주유를 하기 위한 긴 줄(long gas lines)이 형성됐다. 참 딱하다(too bad)."
17일 늦은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평소에도 트위터를 자주쓰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를 한 후 소회를 이같이 글로 남겼다. 대북 석유 제재가 성공해 북한에 석유가 모자라 김정은이 곤경에 처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딱하다"고 비꼬는 내용의 글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한 언론사가 이 트윗을 오역하며 문제가 발생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중 'gas lines' 표현을 '가스관'으로 해석해 보도했다. '가스관'의 경우 일반적으로 'pipe line'이라는 단어를 쓰는 점을 미뤄볼 때 잘못된 해석이 분명했다. 특히 'long gas lines'라는 단어는 북미에서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려고 사람들이 줄 선 모습'을 뜻하는 관용구이기도 하다.
오역을 한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문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풀리면 북한을 경유한 가스관이 한국까지 오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된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too bad"라는 트윗도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오역했다.
해당 언론사의 보도 이후 몇몇 매체가 이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최초 오역을 한 언론사가 기사를 수정을 했음에도, 받아쓴 언론사들의 기사들이 그대로 온라인에 남아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이른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오역 소동을 언급하며 "신속한 조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치권에서도 언론의 오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들은 문 대통령에게 사과해야 할 것 같다. 트럼프 트윗에 대한 언론의 오역 작렬"이라며 "트럼프 트윗은 남북러 가스관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오역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약화시킨다고 오해받을 뻔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해당 보도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하며 유감을 표명하고, 오보를 낸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를 위한 방미를 앞두고 일어난 오보 소동이 가져올 외교적 혼란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외교안보 이슈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지나치게 '근거없는 우려'에 기반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른바 '코리아패싱' 논란 때부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언론보도 행태에 민감한 시각을 보여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아침까지 그 보도가 그대로 계속됐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유감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필요한 부분만 빼서 마음대로 해석한다는 '단장취의(斷章取義)'란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며 "지금의 상황이 너무 엄중하기 때문에 일촉즉발 상황에서 간곡하고 간절하게 언론에 호소를 드린다. 언론인들이 문 대통령보다 다른 나라 정상을 신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우선시 해야 할 부분은 팩트에 대한 정확한 확인과 해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렸다면 우리를 비난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라는 '프레임'이 언론에 있기에 이런 오보가 나왔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the30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클릭
- 1국민연금 고갈 6년 늦출 뿐인데…"더 내고 더 받겠다" 시민의 선택
- 2국민 10명 중 6명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 3윤 대통령, 빠르면 21일 비서실장 지명…총리는 더 늦어질듯
- 4"고래가 잘못 꼬리짓 하면 송사리는 죽어"…허리 숙인 與 낙선인들
- 5[기자수첩] 준비되지 않은 전쟁의 대가
- 6'더 내고 더 받자' 연금개혁안에…2030세대 여론은 '의외의 반전'
- 7[속보]野, 민주유공자법·가맹사업법 개정안 본회의 직회부 단독 의결
- 8달라진 尹, 이재명에 먼저 손 내밀었다…'5분 통화'→3년 바꿀까
- 9"약속 지킨다"던 한동훈, 올 여름 국민의힘 대표 도전할까?
- 10野 독주로 본회의 직행한 '민주유공자 예우법·가맹점 단체교섭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