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박성진 사퇴, 움직임 없는 야당 "靑인사라인 전면교체"

[the300]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불발, "24일전까지 시간 촉박"

정진우 최경민 기자 | 입력 : 2017.09.15 17:07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관계자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는 예견됐다. 지난 13일 여당이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부적격 판정’을 팔짱끼고 지켜볼때부터다. 청와대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심의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청와대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살리고, 박 후보자를 버린다고 봤다. 야당 설득을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3선) 의원은 “아무리 여당이지만 어떻게 청와대와 뜻을 달리 하면서 인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까”라며 “청와대로선 사상 초유 대법원장 공백 사태를 막고 싶었을거고, 그 과정에서 여당이 역할을 하면서 박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하는 게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15일 기자 브리핑에서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임 실장은 이날 박 후보자가 사퇴한 지 1시간30분만에 춘추관에 모습을 나타내 “인사논란이 길어지면서 국민이 많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고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김 후보자 얘기를 꺼냈다. 청와대와 여당이 갖고 있던 시나리오대로다. 임 실장은 "1948년 정부수립이래 국회 동의절차 지연을 이유로 사법부 수장 공석된 적 한번도 없다"며 "24일 이전에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임 실장은 과거 야당 시절 얘기도 꺼냈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 동의안을 전임자 임기 내 처리하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이 장외투쟁중이었으나 국회 복귀해서 동의안 처리에 협조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또 "최종령 이용훈 전 대법원장 동의안도 전임자 임기 끝나기 전에 여야가 협조해 처리했다"며 "행정부도 입법부도 사법부를 멈춰 세울 권한 없다"고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거들었다. 정 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1년 9월21일 당시 국회는 여당이던 한나라당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상정해 단독 처리할 예정이었다"며 "민주당은 본회의 불참을 선언했지만,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는 '솔로몬 앞에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이라면서 대승적인 자세를 취하자고 민주당 의원들의 참석을 설득했다"고 했다. 이어 ”본회의에서는 대법원장이 축복 속에서 임명될 수 있도록 협조했다“며 ”임명동의안을 처리해 대법원장의 공백만은 막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여당과 청와대는 물론 국회의장까지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국회에 호소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 후보자 사퇴로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동의를 쉽게 구할 것으로 보였지만 야당은 여전히 냉랭하다. 여당은 이날 국회에서 김 후보자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고 다음주 18일 혹은 19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표결처리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야당은 “김 후보자가 위증했다”며 채택을 거부했다. 양 대법관 임기가 24일에 끝나기 때문에 앞으로 일주일 안에 보고서 채택과 표결처리까지 해야하는 촉박한 상황이다.

야당은 "박성진은 박성진이고 김명수는 김명수"란 입장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계속 요구하면서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박 후보자를 '사석'으로 삼아 김 후보자를 살려내고자 하는 작전이 있다면 당장 그만두기 바란다"며 "청와대와 여당만 찬성하는 사법부의 수장을 인공호흡 해보려는 '꼼수정치'는 통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청와대에서 인사라인 조치를 해야 야당이 움직일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박 후보자까지 모두 6명이 자진사퇴 형식으로 낙마했는데, 인사시스템 붕괴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야당의 비판이다. 국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야당에선 김 후보자를 물고늘어지면서 청와대를 최대한 흔들려고 할 것”이라며 “인사라인 쇄신이나 대통령 사과 등 더 강한 것들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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