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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바른정당 고문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2.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대정부질문이 '라이벌의 무대'로 눈길을 끌었다. 가장 이목을 집중시킨 건 야당의 거물급 의원인 6선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4선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다. 관록의 정치인인 김 의원과 박 의원은 친분이 두텁지만 '정치적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 질문자로 나선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부측 답변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팽팽한 긴장감이 연출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 포인트'다. 추 의원과 김 부총리는 30년지기 동료로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라이벌 관계가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줬다.
◇6선의 상도동계 '김무성' vs 정치 9단 동교동계 '박지원'= 김 의원은 지난 11일 14년만에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6선인 그가 대정부질문에 나선데는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이기 위해서다. 김 의원이 마지막으로 대정부질문을 한 것은 노무현정부 첫 해인 2003년 10월 이다. 14년 뒤인 이날 김 의원은 노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을 성토했다.
박 의원도 국민의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처음으로 대정부질문에 나섰다. 12일 대정부질문에 나선 박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박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격돌하면서 관심을 모으기도했다. 이 총리와 박 의원은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정계에 입문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은 한국 정치사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의 '막내' '젊은피'로 오랜동안 정치를 함께 했다.
이들은 2010년 비슷한 시기에 여야 원내대표를 지내면서 뛰어난 협상력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수시로 국회 경내를 거닐며 협상을 했다. 당시 6월 국회 때 세종시 수정안은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으로 민주당이 양보하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은 한나라당이 강행 처리를 미루는 식으로 첨예한 쟁점들을 원만히 처리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오랜만에 정치가 복원됐다'는 말이 종종 나왔다. '원내대표들의 정치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를 받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도 꼽힌다.
19대 대선을 앞둔 올 초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빅텐트론을 내세우며 찾은 사람도 김대중의 정치적 아들 박지원, 김영삼의 정치적 아들 김무성 의원이다. 두 사람은 대선 후보자의 킹메이커로서 주목받아 왔다. 이번 대선에서 김 의원은 유승민 후보를 적극 지지했고 박 의원은 안철수 후보를 도왔다.
수도권 야당 초선 의원은 이 두사람의 대정부질문에 대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김 의원은 최근 안보 위기가 높아진 상황을 정책적으로 잘 지적했다"면서 "'정치 9단'인 박 의원의 공격과 이를 수비하는 이 총리의 입심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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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30년지기 동료 추경호 vs 김동연 = "소신을 갖고 일하세요."(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VS "네, 알겠습니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회 대정부질문 셋째날(경제분야)인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선 추 의원과 국무위원석에 선 김 부총리는 국회의원과 장관이 통상적으로 주고받는 말을 나눴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아는 사람 눈에는 특별해 보였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가 아직도 진행형이란 걸 알려주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추 의원과 김 부총리는 30년지기 동료였다. 나이는 1957년생인 김 부총리가 1960년생인 추 의원보다 세 살 많다. 하지만 행정고시 기수는 추 의원이 25회로 김 후보자보다 한 해 선배다. 연수원은 동기로 들어와 함께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추 의원은 이날 질문 시작 전 "부총리와 저는 연수원 동기로 함께 공직을 시작해 30여년을 같은 직장에서 일해 온 동료다"며 "김 부총리는 제가 존경하는 경제 관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경제관료 라이벌답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요직을 거쳤다. 승진은 김 부총리가 추 의원보다 빨랐다. 김 부총리는 2008년 6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다. 1년여 뒤인 2010년 4월 추 의원이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임명돼 2011년 9월까지 근무했다. 김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에 기재부 2차관을 맡았고, 추 의원은 박근혜 정부 초대 1차관을 역임했다. 또 김 부총리가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뒤 추 의원이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돼 2016년 1월까지 재직했다.
관료땐 김 부총리가 추 의원보다 한발짝 앞서 간 것처럼 보이지만, 이날은 상황이 역전됐다. 추 의원은 이날 대정부직문에서 김 부총리에게 "오늘은 경제를 함께 걱정하는 마음에서 몇 가지 쓴 소리를 하겠다"고 했다.
실제 추 의원은 김 부총리에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질책했다. 추 의원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국가채무 비율을 현재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로 유지할 경우엔 세금폭탄이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퍼주기식 복지정책으로 인한 재정 파탄 등을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이에 "올해 세수가 17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등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세수가 80조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 채무를 볼땐 GDP 증가액도 봐야하고, 경제 성장을 함께 살펴보면서 재정상태를 봐야한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관료시절 갖고 있던 서로의 입장이 뒤바뀐 상황이 연출됐다. 경제성장률을 우선시하는 1차관 출신 추 의원이 재정건전성을 걱정했고, 나라곳간을 안정적으로 챙겨야하는 2차관 출신 김 부총리가 오히려 경제성장률 등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보통 기재부 1차관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춰 성장률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2차관은 재정건전성을 우선 챙겨야하기 때문에 양 차관은 항상 선의(?)의 마찰을 빚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대정부질문에서 추 의원과 김 부총리가 관료시절 라이벌답게 팽팽한 논리대결을 펼쳤는데, 후배들이 볼 때 흥미진진했다"며 "관료시절 갖고 있던 서로의 경제철학을 뒤바꿔서 공수에 나선 모습이 크게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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