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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8월 29일 발사한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장면. /사진=뉴스1

북한의 이날 도발은 지난달 29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을 쏜 지 17일 만이다. 당시 화성-12형은 일본 상공을 지나 2700km를 비행했다. 이날 탄도미사일은 이보다 1000km가 늘어난 3700km를 날아갔다.

또 다시 일본 상공을 넘겼고 사거리를 늘렸으나 기존의 미사일 기술에서 특별한 진보를 얻기 위한 발사라고는 보기 어렵다. 군 당국도 이날 발사한 미사일이 이미 정상각도 발사에 성공한 화성-12형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미사일 도발이 기술적 의미보다 정치적 의미를 띤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추가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이 아니기에 추가 대북제재를 불러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17일 만에 비행거리를 1000km 늘린 것은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지 않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로 '괌 포위사격'을 위한 능력을 갖췄음을 처음 증명해보였다. 평양에서 괌까지의 거리는 3400여km다. 지난달 8일 제시한 북한의 괌 타격 계획을 다시 상기시켜 미국을 향한 위협을 높이면서 앞으로 미사일 거리를 계속 늘려나갈 것을 선언하는 복합적 의미를 지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대북제재 결의 2375호 맞대응 무력시위 성격"이라며 "제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빈말을 하지 않는 점을 증명하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제재에 굽히지 않고 강대강으로 나간다는 점을 보여주되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는 추가적 대북제재는 불러오기 어려운 수위로 조절했다"며 "이번에 사거리를 늘렸으나 화성-14형이 아니란 점에서 기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발사는 아니다. 괌 사거리를 넘겨 미국에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여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로 평양 순안에서 일본 상공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일본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얻었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최대 고도는 약 770km에 달해 최고 고도 500km인 SM-3로 요격이 불가능하다. 미사일 요격을 호언했던 일본 정부를 비웃고 일본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낸 셈이다.

미 국방부는 이날 "북한의 미사일은 중거리미사일로, 북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태평양사령부도 이번 미사일이 미국 본토는 물론 미국령인 괌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북 유류 제한이라는 고강도 대북제재 결의의 잉크도 마르기 전 맞대응을 벌인 북한에 대한 미국의 고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결의 채택 후 북한이 "끝을 볼 때까지 더 빨리 갈 것"이라며 미국과의 핵무력 균형을 이루겠다고 선언한 만큼 북한은 대외적인 환경과 무관하게 자신들이 말하는 핵무력 완성을 이룰 때까지 속도전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양 교수는 "북한은 결국 두 가지 전략적 목표가 있다. 핵 보유국으로 가야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고 미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대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며 "국제사회의 제재 동향을 봐가며 추후 대응을 결정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에 호응할 때까지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살라미전술 차원에서 지난달 29일엔 방향과 거리를 모두 괌과 다르게 발사했다면 이번엔 방향은 틀었지만 거리는 자신들이 발표한 괌 포위사격 계획 거리인 3356.7km 이상을 날아가게 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방향을 괌으로 향하게 하고 거리를 3000km로 짧게 해 위협을 높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발사를 단순히 대북제재 결의 2375호의 반발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런 시험발사를 그렇게 쉽게 단기간에 준비할 수 없다"며 "북한은 이미 구체적인 핵개발 계획 로드맵을 갖고 있으며 그 사이 제재나 미국의 반응은 실행을 위한 명분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