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수도 이전…역사 물줄기 바꾼 헌재 판결

[the300][런치리포트-헌재소장 임기 논란-3] 국민적 관심 쏠린 정치적 사건마다 존재감

해당 기사는 2017-09-13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 결정은 헌법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2017.3.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헌법재판소는 민주화 이후 우리나라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역할을 하면서 그 위상과 의미가 크게 강화됐다. 그 성격 상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기구지만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정치적 사건마다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현재의 입지를 다져왔다. 

지금의 헌법재판소가 탄생한 것은 지난 1987년 개헌을 통해서다. 이전에도 헌법재판소에 대한 규정은 이었으나 실제 구성되지는 못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국민이 기본권 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9차 개헌을 통해 헌법재판소를 설치했다.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 지금의 역할과 위상을 갖게된 것도 이때부터다.

헌재가 국민들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게된 것은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이다. 국민들이 선출한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 파면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막대한 정치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2004년 이뤄진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대통령의 파면에 대한 근거 기준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국회는 노무현 대통령이 17대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한 것을 문제삼아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헌재는 대통령의 정치 중립 의무에 대한 국회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에서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 위반 사항은 아니라며 탄핵소추안을 기각시켰다. 

그러면서 대통령 파면에 이를 수 있는 중대한 위반 사항으로  '뇌물수수·공금횡령 등 부정부패, 명백히 국익을 해한 경우,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한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한 국민탄압, 국가조직을 이용한 부정선거'  등을 제시했다. 이는 12년 후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주요한 판단 근거로 적용됐다. 

헌재의 두번째 대통령 탄핵 심판은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정권 교체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사건이 됐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개입을 허용하고 이권추구를 도운 점을 인정,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 남용을 주요 파면 근거로 삼았다.

더불어 헌재의 이 판결은 헌법수호 의지를 '대통령의 마땅한 의무'라고 판단, 박 대통령의 파면 결정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등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다는 측면에서다.

두번에 걸친 헌재의 대통령 탄핵 심판은 헌재의 성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법기관인 동시에 국민의 판단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임 대통령들의 내란행위에 대한 헌재의 뒤바뀐 판단 역시 이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난 1995년 12.12 군사 쿠데타 피해자들과 5.18 광주민주화 운동 피해자들이 이들을 내란죄로 고소하지만 검찰은 이를 불기소 처분했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에 따라서였다. 피해자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헌재에 제출했으나 헌재는 12.12 군사 쿠데타는 공소시효 만료 때문에 다룰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1년 후 5.18 특별법에 대한 위헌성을 제기해 진행된 위헌법률심판에서 헌재는 합헌 판결을 내려 12.12 군사 쿠데타의 공소시효가 유지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록 헌법소원과 위헌법률 심판이라는 각각 별개의 사건이었지만 12.12 군사 쿠데타라는 역사적 사건이자 정치적 사건에 대해 180도 뒤바뀐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헌법학자인 김욱 서남대 교수는 "헌법정신의 실현은 기계적으로 법리를 실현하는 과정이 아니라 해석을 둘러싼 끊임없는 투쟁 과정"이라며 "이 해석투쟁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정부 정책 추진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지난 2004년 행정수도 건설에 대한 결정이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대해 헌재는 수도 이전이 정책 사항이 아닌 개헌 사항으로 규정했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임은 600년간 이어져온 '관습헌법'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성문헌법 개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특별법은 헌법 제130조(개헌절차를 명시)를 위반한 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의 이 판결로 인해 헌법재판소가 수도의 기준으로 제시한 '국회'와 '청와대'는 정식 개헌 절차 없이는 옮길 수 없는 기관이 되었고, 당초 계획하고는 많이 달라진 지금의 '세종시'가 만들어지게 된다.  '세종시 수도이전'은 내년 개헌을 앞두고 뜨거운 이슈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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