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대한민국은요…" 개헌 꿈꾸는 아이들

[the300]'학생 건강검사 시 인권 보호' 어린이국회 대상, 김천 율곡초 '어린이국회연구회'

경북 김천 율곡초 어린이국회연구회가 국회를 방문해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제공=율곡초 어린이국회연구회

"교과서 속 정치 모습처럼 이번 개헌 과정에서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 13살의 초등학생은 300명의 의원들이 모인 국회 건물을 향해 이렇게 호소했다. '개헌 자유발언대' 첫 발언자로 나선 경상북도 김천 출신 박수연 학생이었다. 수연 학생은 "헌법은 법 중에 으뜸"이라며 "헌법을 고치는 일은 국민의 의견을 잘 반영해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고 '배운대로' 조언했다.

 

수연 학생이 의원들을 향해 일침을 날린 배경이 있다. 그가 속한 김천 율곡초 '어린이국회연구회'(박수연, 구세빈, 서수경, 이채원, 임정윤. 이하 연구회)는 지난 7월 국회에서 열린 제13회 어린이 국회에서 대상인 국회의장상을 수상했다. 연구회는 '학교에서 학생 건강검사 시 학생 인권 및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법안'을 발의해 본회의 참석 어린이의원 149명 중 47표를 얻어 대상을 탔다. 당시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에 오른 법안은 총 7개였다. 수연 학생은 연구회 대표로 해당 법안 설명문을 모두 암기해 발표했다.

 

연구회는 학교에서 매년 실시되는 학생건강검사가 집단적으로 이뤄질 때 침해되는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일례로 소변검사 결과가 모든 사람에게 공개돼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병원을 방문해 개별검사를 받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본회의에서 표를 던진 어린이의원들은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라서 가장 공감이 됐다"며 수상을 축하했다.

 

공감의 힘을 본 아이들은 실제 국회에서 이뤄질 입법과 개헌 역시 국민의 의견이 잘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방향에 대해 수연 학생은 "장애, 빈부, 종교, 성, 질병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해져야 한다"며 "사회적 약자도 보호받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 받는 헌법이 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연구회를 이끈 강태석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서울과 김천을 오가는 '강행군'을 끝내고 난 뒤 적극적인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회 아이들 역시 '진정한 민주주의'를 "대립과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이를 대화와 타협으로 잘 조정하는 것"이라고 입모아 말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당시 청년들도 '진정한 민주주의'를 꿈꾸며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다. 하지만 '87년 개헌'은 독재로 얼룩진 사회를 바꾸기 위해 민주항쟁으로 쟁취해낸 것이었다. 국민의 뜻이 온전히 개헌안에 반영되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7년 대한민국이 기대하는 개헌은 다르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그 안에는 법안을 스스로 만들어 본 13살 아이들의 목소리도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에 성큼 다가선 연구회 아이들이 꿈꾸는 '20년 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수연 학생은 안전하고, 평등한 나라가 만들어지길 꿈꿨다. 

 

"최근 많은 목숨이 안타깝게 희생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어요. 20년 뒤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또 취업을 준비하는 언니, 오빠들이 우리나라가 공정하지 못한 사회라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었어요. 국민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길 바랍니다. 저와 같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꿈을 꾸고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랍니다"

제13회 어린이국회 대상을 대표수상한 박수연 학생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사진제공=율곡초 어린이국회연구회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