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양자회담 전 악수했다. /사진=뉴스1

통일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러시아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러 정상회담에서 그런 말을 꺼낸 것은 여러가지 계산을 고려해 나온 것이다. 종합적으로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서로 이견이 노출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과 협의하는 나라들에게 우리 정부 입장을 강하게 전달하는 측면이 강했다. 이러한 입장은 이미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논의됐고 외교안보 부처가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전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 협력을 요청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완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처럼 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당국자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박근혜 정부 등 과거 보수정권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지금 그런 지적을 많이 받는데, 과거와 차별화를 둔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과거의 정책을 지속할 게 있으면 하는 것이지 무조건 과거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옳지 않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앞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무기 탑재하면 레드라인'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자의 눈금처럼 금 그어놓고 넘으면 어떡한다 식의 레드라인은 갖고 있지 않다"며 "다만 적어도 이런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 안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과거 정부에서도 표현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정책이 있긴 했지만 기본적인 밑바탕에 깔린 게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며 "우리는 마지막 목표로 우리가 주도하는 통일, 북한 체제의 흔들림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북한체제 동요)이 오면 남북관계의 재앙과 같기 때문에 대화와 제재를 해나가는 측면이 (과거 정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일각에서 레드라인을 'ICBM' 개발 시점으로 설명한 것이 미국 입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국제화된 북한 핵문제 성격 측면에서 봤을 때 북한이 ICBM을 개발했을 때 갖는 파급효과와 영향력 측면에서 이것이 차원이 다른 문제로 갈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도 남북대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핵문제는 남한과 얘기할 게 아니라는 입장은 북한이 처음부터 견지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도 남북대화를 한 것은 북한으로서도 여러 의도가 있다. 상황이 달라졌지만 북한이 전술적, 전략적 필요에 의해 남북관계에 호응할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이 내부적으로 목표한 핵무기를 완성한 후 어떤 협상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외부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무력통일까지 염두에 둔다는 얘기부터 대북적대시 정책을 미국이 포기하고 북미관계를 정상화해 북한이 경제개발하며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되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것 같다"며 "북한에서는 모든 걸 다 고려해놓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 당국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의 유화정책을 비판하는 등 한미 간 대북정책 엇박자가 나온다는 지적에는 "여러 채널에서 수시로 많은 의견을 교환하고 있고 내용을 보면 저희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율이 되고 있다"며 "이견, 엇박자가 나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국자는 평창올림픽의 북한팀 참가와 관련해서는 "남북관계 등 전망이 밝진 않지만 북한 참가를 통해 한반도 평화 실천 차원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국제올림픽협회(IOC)도 적극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