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2개 공기관 중 150여곳 기관장 교체전망...민주당의 큰 장?

[the300]전문가들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 공유해도 전문성이 먼저"


“새 정부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할 것입니다.”

 

2013년 3월11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 박 전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인선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각 부처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하나 둘 옷을 벗었다. 새 정부 출범 100일도 안됐을 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비슷하다. 스스로 옷을 벗고 나가는 기관장들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대를 메고 공공기관장 인선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 정부 국정철학 맞는 사람을 찾아라”= 통상 정권이 바뀌면 임기가 남은 산하기관장들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난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이승훈 전 한국가스공사 사장, 김학송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홍순만 전 코레일 사장 등이 사퇴했다. 이들은 임기가 남았지만,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 탓에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사퇴가 예견됐다.

 

민주당에선 이전 정부에 비해 기관장(전임 정부때 임명) 물갈이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장차관 인선에 시간이 많이 걸린 탓도 있지만, 청와대나 각 부처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아서라는 게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전 정부에선 대통령이나 청와대 등에서 확실한 시그널(신호)을 줘서 기관장들이 알아서 사퇴했다”며 “지금은 특별히 그런 게 없다보니, 친박 낙하산 기관장들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다음달 열리는 국정감사를 작전 개시 시점으로 본다. 공공기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산하기관이 많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중심으로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면밀한 감사를 준비 중이다.

 

332개 공공기관 중 규모가 큰 35개 공기업만 살펴보면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지난 4월 임기가 끝났지만 지금까지 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또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은 이달 임기가 끝나고 이석순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과 임수경 한전KDN 사장, 강종열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민주당이 관심을 갖는 건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임기 2018년 3월) 등 임기가 아직 남아있는 기관장들이다. 김영민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2018년 11월), 윤종근 한국남부발전 사장(2019년 1월), 정창길 한국중부발전 사장(2019년 1월),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2019년 3월), 장재원 한국남동발전 사장(2019년 11월), 등 25명이 대상이다

 

준정부기관 89개와 기타공공기관 208개로 범위를 넓히면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교체 대상이 150여명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권여당의 큰 장?…능력없는 낙하산은 적폐”= 장·차관 인사를 끝낸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장 인사를 본격 진행 중이다. 정부는 이날 산업은행 회장에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를, 수출입은행장에 은성수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내정했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동서발전은 신임 사장 공모를 진행 중이다.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엔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 등이 적잖이 거론된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이강래 전 의원은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최규성 전 의원은 농어촌공사 사장에 각각 거론된다. 강원랜드 사장 후보군엔 이화영 전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또 민주당 보좌관 출신 등 여권 인사들의 이름도 공공기관장 하마평에 등장한다.

 

문제는 낙하산 논란이다. ‘적폐청산’을 내세워 집권한 민주당이 능력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을 태워 공공기관에 내려보낼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된다. 각 공공기관 노조는 전문성도 없는데 정권 창출에 헌신했다고 무조건 낙하산으로 앉히는 인사에 결사 반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낙하산 인사를 국정철학이라는 용어 하나로 정당화하는 건 옳지 않고 정권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아무나 보내선 안되는 자리를 명확히 구분해 역량과 전문성 위주로 기관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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