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연해주 동포들 만나 "한·러 협력 자체가 목표"

[the300]애국지사들 후예에 경의 표해…동포 지원사업 등도 약속

블라디보스톡(러시아)=김성휘, 최경민 기자 | 입력 : 2017.09.07 12:35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한·러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연해주가 독립운동가와 같은 애국지사들의 활동 무대였던 것을 강조하며 현지 동포들에 대한 지원, 강제징용 등 상처 치유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7일 블라디보스톡 현대호텔에서 열린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극동지역은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갈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그동안 극동개발은 남·북·러 삼각협력을 중심으로 추진되어 왔다. 남·북 협력의 진도가 안 나가면 한·러 협력도 지체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순서를 바꿔야 한다. 한‧러 협력이 먼저이고, 그 자체가 목표"라며 "극동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 러시아, 양국의 협력을 확대·강화하는 일은 양국의 번영은 물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1860년대 연해주 지역에 조선인 13가구가 최초 정착한 이래 동포 여러분께서는 많은 고난과 시련을 뚫고 낯선 환경을 이겨내며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용기와 저력을 보여주셨다"며 "땅이 있는 한 벼를 심었고, 어디에 가든 학교를 지었다. 아무리 가난해도 자식을 가르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우리 동포들의 삶의 터전인 연해주는 해외 독립운동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연해주에서 독립군을 창설하고, 대한국민의회를 수립했다"며 "식민지의 아픔은 연해주를 거점으로 확산된 항일독립운동을 통해 건국과 해방의 희망으로 바뀔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재형, 안중근, 이상설, 이위종, 이동휘, 강상진, 김경천, 전홍섭 등 연해주를 거쳤던 애국지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애국지사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는 이상설 선생 서거 100주년인 동시에 헤이그 특사 파견 1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 자리에는 최재형 선생의 손자이신 최 발렌틴 회장님을 비롯하여 여러 독립유공자 가족들께서 참석해 주셨다"며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애국지사들과 그 후손들께 가슴 깊이 경의를 표한다. 새 정부는 애국지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최고의 존경과 예의로 보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동포 여러분이 살고 계신 이 곳에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겠다. 양국 관계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며 "차세대 동포들이 러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직업 초청 연수를 확대하고, 우수 인재에 대한 장학금 지원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할린 강제징용으로 고통 받은 한인 1세분들과 그 후손들의 남은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어야 한다. 유골봉환사업, 2~3세 모국방문사업 등의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지난 역사에서 국가가 지켜드리지 못한 무거운 빚을 이제라도 갚아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 대다수는 나라가 힘이 없을 때 두만강을 건넌 사람들의 후손이다. 우리 선대들이 고향 땅을 떠나 강을 건너며 느꼈을 그 다양한 심정들을 헤아려 본다"며 "한국과 러시아의 우정은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질 것이며 상호 협력의 결실을 하나하나 맺어갈 것이다. 양국 관계가 더욱 친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여러분께서 소중한 가교 역할을 지속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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