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 미안했나…"韓 월드컵 본선 축하"

[the300]평창 홍보관 함께 방문도 文 대통령에 제안

블라디보스톡(러시아)=김성휘 기자 | 입력 : 2017.09.06 18:52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 언론발표장에서 발표에 앞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17.09.06. photo1006@newsis.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문재인 대통령과 한러 정상회담에 지각한 데 이어 한국의 2018 월드컵 본선진출을 축하한다고 예정에 없던 말을 하는 등 의외의 행보를 이어갔다.

◇"월드컵 본선 축하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과 양국 양해각서(MOU) 체결식을 마치고 문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공동 언론발표를 진행했다. 초청자 격인 푸틴 대통령이 먼저, 문 대통령이 나중에 발언했다.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 발언의 러시아 통역을 끝까지 들은 다음 "이번에 한국이 축구 대표팀 본선 올라간 것 축하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참이어서 실시간 통역을 듣지 못했다. 이에 통역관이 단상에 올라가 문 대통령에게 다시 이 말을 전했고, 문 대통령은 "하하하"라고 크게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러시아가 2018 월드컵 개최국이다.

◇지각대장 푸틴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은 앞서 문 대통령을 30분 이상 기다리게 해 '지각대장'이란 별명을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약속보다 30분 늦게 현지시간 오후 1시30분경 회담장에 나타났다. 이에 단독회담이 30분 늦게 시작했다. 

단독회담 소요시간도 예상보다 길어지며 확대회담은 예정보다 50여분 늦게 시작했다. 이 때문에 현지시간 오후 4시45분 예정됐던 한몽골 정상회담은 오후6시30분으로 연기됐다. 당초보다 1시간45분이나 밀린 것이다. 이런 해프닝은 한러의 대북공조 엇박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늦은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여러차례 각국 정상과 회담에서 1시간 이상씩 지각해 악명을 떨쳤다. 회담장으로 이동하던 중 러시아 자국 국민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느라 지체되기도 하지만 일종의 기싸움 격으로 부러 늦게 온다는 분석도 있다. 

◇한러 정상, 평창 홍보관 깜짝방문=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관을 방문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이다.

양 정상은 회담과 공동언론발표를 마치고 회담장이 있는 극동연방대학 캠퍼스 내 '극동거리'를 찾았다. 이곳에 러시아가 마련한 각 지자체(연방주체) 홍보관들을 차례로 찾고 마지막으로 평창 홍보관을 방문했다. 

청와대는 이 일정을 푸틴 대통령이 제안했다고 밝혔다. 양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우호적인 장면을 연출한 측면도 있다. 푸틴 대통령이 회담에 지각은 했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 축하, 깜짝 일정 제안까지 정치적·외교적 노련함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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