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버스기사 졸음사고, 집배원 사망…국회 대책은 '깜깜'

[the300][런치리포트-근로기준법]②합의·파행 반복 속 근로기준법 개정 작업 후진…고통받는 '과로 노동' 피해자들

해당 기사는 2017-09-07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졸음운전 사고' 기사 제목에 자주 붙는 단어가 있다. '종잇장'이다. 지난 7월9일 경부고속도로, 앞선 승용차에 광역버스가 달려들었다. 승용차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탑승자 2명이 사망했고, 연쇄 추돌로 16명이 다쳤다. 버스기사는 졸음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들의 과로사와 자살도 잇따른다. 지난 5일에도 광주의 한 집배원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해 과로사와 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숨진 집배원들이 10여 명에 달한다. 

 

충격적인 일들이 이어지자 정부와 정치권은 급박하게 움직였다. 지난 7월28일 정부와 여당은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약속했다. 사흘 뒤 국회에선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가 열렸다. '특례업종' 규정의 근로기준법 59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여야는 26개의 특례업종을 10개로 축소하고, 추가로 노선버스운수업을 제외키로 잠정 합의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까지 논의를 확대키로 했다.

 

8월 들어 소위가 재개됐지만 합의사항 없이 해산했다. 특례업종 축소보다 근본적 문제인 근로시간 단축과 제도 변화시 시행 유예 방안을 논의했다. 보수 야당은 유예안에 집착했다. 줄다리기 끝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결국 서로에게 고성을 던지며 등을 돌렸다. 소위원장인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숙려 기간을 갖자"며 소위를 산회시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근로시간 단축을 하자는 '속도전'을 주장한다. 정의당은 특례업종을 완전히 없애고, 노동자를 비용이 아닌 사람으로 보자는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제도 변화에 따른 파장을 대비해 실태조사를 강화하고, 사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노선버스운수업을 특례업종에서 제외하는 과정에서 준공영제(정부가 버스회사 비용을 보전하는 제도) 도입을 요구했다. 

   

근로시간 단축 중심의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19대 국회에서도 실패한 '해묵은 논쟁'이다. 지난 3월에도 근로시간 단축(주당 52시간) 합의를 이뤘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일주일 만에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벌어졌다. 졸음운전 사고로 법 개정 시급성이 높아졌지만 국회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또 사고가 났다. 마지막으로 파행한 고용노동소위 나흘 뒤인 지난 2일 고속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여야는 근로시간 단축 등과 관련한 법안 취지에 대해 늘 "동의한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방법론에서 격론을 벌이며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평행선을 달리는 동안 어느 직장인은 '과로 노동'에 시달리고, 또 어느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종잇장'처럼 구겨져 쓰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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