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침 개정 의미는…韓 독자적 대북 응징력 확보 발판

[the300]][런치리포트-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②'미사일 주권' 확보·北핵개발 억지엔 한계

해당 기사는 2017-09-06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두 중량 해제'를 결정한 건 우리가 '미사일 주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우리 군이 유사시 북한 도발에 독자적 응징능력을 갖추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우리 정부가 일정한 성능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약속한 미사일 정책 선언이다. 자율적인 정책 선언이지만 사실상 한국의 미사일 개발범위를 미국이 제한하는 근거로 작동해왔다.


이 지침은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제공받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미국 당시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80km, 탄두 중량을 500kg로 제한한다는 존 위컴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의 서신에 동의한 것이 시작이다. 동북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막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면서 지침은 개정을 거듭해왔다. 1998년 북한의 첫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시험발사를 계기로 2001년 우리측 입장을 반영해 처음 지침을 개정했다. 2011년 2차 개정 협상은 2012년 4월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로 논의 속도가 붙었다.


이번 미사일지침 개정은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가 계기가 돼 이뤄졌다. 한미는 당초 사거리 800km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최대 500kg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탄두 중량의 제한을 완전 없애기로 전격 합의했다.


군 전문가들에 따르면 500kg 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은 비행장 활주로를 파괴하는 정도의 위력에 그치는데, 탄두 중량을 1t으로 늘리면 지하 수십m에 구축된 핵시설도 파괴할 수 있다. 이로써 북한 전역이 사정권인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 현무-2C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핵심 수뇌부들이 은신할 지하 벙커를 파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기는 어렵단 점에서 북핵의 해법이 되긴 어렵단 지적이다. 탄두 중량 확대에 따라 자연스럽게 탄도미사일 사거리 연장이 예상되는 만큼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축체계에 속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의 실효성을 높여 자위적 방위권을 높였다는 점, 향후 신형 미사일 개발의 활로를 열게 됐단 점에서 의미가 크단 평가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의 제한된 탄두로는 북한이 우리의 보복능력을 얕잡아보고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번 지침 개정으로 북한의 선제공격을 막을 수 있는 군의 능력이 보강됐다"며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을 우려해 탄두 제한을 뒀던 미국도 한국 안보가 심각해졌다는 판단하에 문 대통령의 어필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남한 당국의 조치가 가소로운 행동이라고 깎아내릴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의 미사일 정밀도가 높고 북한 지하시설도 타격을 입을 수 있게 됐으므로 내심 긴장하고 지하 군사시설이나 주요 간부들 관저를 강화할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 군의 숙원사업을 해결한 것으로, 미사일 전력에서 우리가 북한에 우위를 차지할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김정은이 탄두 무게가 늘어난다고 수소폭탄 개발과 ICBM을 완성해 실전배치하겠다는 목표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미의 대북 억제력을 조금이나마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미사일의 사거리를 여전히 제한받는 상황에서 탄두 중량이 증가됐다고 미사일 주권을 완전히 되찾아왔다고 보긴 어렵다. 상황이 그만큼 엄중해졌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