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각지대' 외양간 고치기도 늦었다

[the300][법으로 본 비트코인]②TF 구성 1년 가까이 지났지만 구체적 성과 없어…선진국은 이미 규제체제 갖춰

해당 기사는 2017-09-05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대한민국 법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직접적으로 다룬 조항이 없다. 기존 화폐 대체 수단과 투자 대상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곳곳에서 물이 샜다. 비트코인에 투자하면 '대박'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금을 끌어 모은 불법유사수신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탈세 등 '검은 거래'에도 활용됐다.

 

물이 새기까지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 주도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가 몇차례 열렸을 뿐이다. TF 출범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없다.

 

◇비트코인, 화폐인가 재화인가 = 가상화폐는 암호화된 코드 형태로 존재한다. 실물로서 가치는 전혀 없다. 전형적인 명목화폐다. 어떤 정부나 기관도 비트코인 발행·운영에 연관되지 않았다. 세계 유일의 '무정부 화폐'인 셈이다. 특히 비트코인은 전자화폐지만 유동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싼데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 각광받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헌법이나 법률상 가상화폐를 상품인지 화폐인지 정의하는 내용이 없다. 관련법이 없어 쟁점이 생기게 된다. 가상화폐 정의는 △원화·달러 등 법정통화와의 관계 △탈세 및 범죄적 사용의 가능성 △영업행위 규제와 소비자보호 방안 등과도 연결된다. 비트코인이 상품인지 화폐인지 법적 성격 규정에 따라 세제는 물론 규제 방향까지 달라진다. 

 

비트코인을 화폐나 무형자산으로 규정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가상화폐를 통화 또는 유통증권으로 분류한다.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봤던 일본은 최근 자금결제법 개정 이후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한다.

 

반대로 재화로 규정한다면 부가가치세가 매겨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비트코인을 무형재산이나 자본 자산으로 본다. 과세 대상이다. 일본과 호주, 싱가포르도 가상화폐를 자산이나 용역으로 분류해 소비세를 과세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진국들은 이미 가상화폐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며 "국세청을 포함한 유관기관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에만 4배 오른 비트코인, 정부 합동TF는 1년간 허송세월 = 올 초 단위당 121만6000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4일 473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대박'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이른바 '깜깜이 투자'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비트코인 관련 불법유사수신 사례들이 나온 이유도 정보의 비대칭 탓이다.

 

전문가들은 전자화폐가 실질가치에 기반하지 않았기에 가격에 거품이 낄 확률이 높다고 본다. 거품이 꺼질 경우 국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가상화폐의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이다. 자금 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에 악용된 사례도 많다. 비트코인 버블에 따른 가치 상승과 더불어 각종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부는 최근에야 비트코인 투자를 사칭한 유사수신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활동을 시작한 가상통화TF가 지난 3일 발표한 내용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위한 골든타임마저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수많은 비트코인 사기 피해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TF는 지난 3월 이후 약 5개월 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관련성이 크지 않은 기관들이 TF활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논의가 진척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이에 반해 선진국들은 이미 비트코인 관리·감독 제도를 갖췄다. 호주는 전자화폐 공급자들을 자금세탁 규제 당국 감독 아래에 두는 개혁안을 최근 발표했다. 미국 뉴욕주 금융감독국(NYDFS)은 2015년 6월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종합규제체계를 짰다. 같은해 9월엔 디지털화폐 규제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표준 규제체계를 마련했다. 현재까지 가상화폐 규제지침으로 활용되는 체계다.

 

◇통제 어려워진 비트코인 거래, '전담 규제기관 지정' 주장도 =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내 가상화폐 가맹점들에게 비트코인 거래내역을 관계당국에 보고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종현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심기준 의원에 대한 '가상화폐 법제화 규제 관련 입법조사 회답'을 통해 "안정된 화폐정책 실행을 보장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거래되는 비트코인 유통량을 정부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다만 금융기관과 같은 매개가 없고 거래주체의 자발적인 신고에 의존하기에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 조사관은 "추후 한국은행 또는 여타 금융관련당국에서 가상화폐 불법대량거래 현황 포착을 위한 기관을 지정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가상화폐는 경제 전반에 관련된 문제로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히 급격히 늘고 있다"며 "과세 등 관련 쟁점 논의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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