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분쟁·혼란…"입법 외면한 국회가 방치"

[the300]2015년 노사정 대타협 이은 근로기준법 개정 시도, '노동개혁' 정쟁에 발목…20대 국회선 논의 전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입법화 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자 정부·여당이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그동안 입법을 외면해 온 정치권이 노사간 분쟁과 혼란을 방치해 왔다는 지적과 함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에도 부담이 커 입법에 속도가 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2년 전에도 정쟁에 발목 잡혀 = 1일 정치권에 따르면 2년 전인 2015년 정기국회 때 통상임금 관련 입법 요구가 거세게 일자 국회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논의했다. 그해 9월 '노사정 대타협'에서 통상임금 입법화 합의가 이뤄져 공이 국회로 넘어왔지만 여야 간 정쟁을 촉발한 기간제법과 파견법 등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 법안 처리 추진과 맞물리며 통상임금 관련 법안은 결국 폐기됐다.  

 

각론에서도 여야간 입장차는 뚜렷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개정안은 근로자 보험료나 성과급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야당은 이같은 제외 항목들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정부·여당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크게 우려했다. 

 

당시 환경노동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통상임금의 개념을 넓게 설정하면 기업의 추가 비용 부담과 고용 조정 가능성이 있고, 좁게 설정하면 근로자의 임금 감소와 근로시간 단축 효과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에선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일체의 논의 없이 계류 중이다. 조기대선 국면에서도 통상임금 문제는 외면됐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서도 빠졌다. 

 

◇"통상임금 논란, 입법 미비 때문" = 법원 판결로 여론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자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 의사를 밝혔다.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맞장구를 쳤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근로기준법에 통상임금 산정 기준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마치 비정규직에 피해를 준다는 '노노 갈등'으로 논쟁을 삼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통상임금 논란은 입법 미비에서 시작됐다"며 정치권의 책임을 시인하기도 했다.

 

야당도 입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관마다 판결이 달라 시장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조기에 법제화 하자"고 제안했다. 추 의원은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와 기업인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경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법제화 논의에 나서라"고 정부·여당에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 여건도 2015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과 증세 법안 등에서 양보 없는 대치를 벌이고 있어 통상임금 문제가 시급하게 다뤄지기는 어렵다는 것. 게다가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는 문 대통령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 입법화를 놓고 여야 대립이 심해 통상임금 논의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통상임금 문제는 결국 노동자와 기업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해 정치인들에겐 부담이 크다. 그간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개선을 외면해 왔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업들의 비용 부담과 관련, 이용득·김성태 의원의 비용추계 의뢰에 국회예산정책처도 "사업장별 통상임금의 인상폭을 예상하기 어려워 이와 연계된 급여액의 증가 규모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추가 재정 소요를 추계하기 어렵다"고 답했을 정도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당 차원의 관심이 크지만 부담과 역풍이 만만치 않아 선뜻 나서기가 힘들다"며 "소급 적용이 특히 문제인데 기업의 막대한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고, 중소기업들에는 더 큰 부담이 돼 입법에 속도가 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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