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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내용에선 매서운 질책부터 의외의 격려까지 문 대통령의 메시지 폭이 넓었다. 형식에선 단순나열식 보고가 아니라 문 대통령이 직접 토론자로 참여한 방식과 일선 공무원을 직접 대면하는 스킨십을 강화한 게 두드러졌다.
가장 강력한 질책은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우리나라와 북한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비교하며 "남한이 45배로 절대총액상에서 우리의 국방력이 북한을 압도해야하는데 실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며 그 많은 국방비를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를 강하게 질책했다.
압도적 국방력으로 북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지만 군이 언제나 북한보다 우리 전력이 뒤떨어지거나 독자적 작전능력도 없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부처별로 별도의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지 않던 청와대는 이날만큼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이 발언을 브리핑, 힘을 실었다. 그만큼 문 대통령이 국방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이고자 했다.
'깨어있는 공직자'라는 철학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과기정통부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공직자는 국민과 함께 깨어있는 존재가 되어야지, 정권 뜻에 맞추는 영혼 없는 공직자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교육부 순서에는 "상식과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노(No)라고 할 수 있는 깨어있는 공직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25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선 따뜻한 격려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경제부처가 오랫동안 다닌 익숙한 길을 버리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데도 김동연 부총리 지휘 아래 너무 잘해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고 격려했다. 특히 기재부에 대해 “경제 사령탑으로서 사람 중심 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성공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김동연 부총리에 힘을 실어주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내년도 예산안 마련, 특히 복지재원 증가는 기재부의 기존 입장보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먹힌 결과다. 기재부는 예산안에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는데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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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업무보고를 위해 정부세종청사를 방문해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퇴식구에 식판을 반납하고 있다. 2017,08,31 photo1006@newsis.com |
문 대통령은 과거 일부부처만 적용하던 그룹별 업무보고를 전 부처에 확산했다. 보고를 줄이고, 토론을 늘렸다.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31일 사전 환담에서 "저희들은 대통령께서 (보고를) 줄여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는데 전임 장관들이나 국회에서 오신 분들은 '왜 이렇게 간단하게 하시나요' (라고 한다)"라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업무)전체를 다 보고하는 식으로 하면 우선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마치 원탁에서 회의하듯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공직사회가 돼야 한다고 본다. 공직사회에 새 기풍을 불어넣겠단 의지다.
문 대통령은 25일 기재부 등 업무보고에 앞서 복지부 복지정책관실 기초의료보장과를 깜짝 방문했다. 지난 1월, 이곳서 일하던 세 아이의 엄마인 한 '워킹맘' 공무원이 휴일 출근중 목숨을 잃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SNS에 '가슴이 무너진다'고 애도한 바 있다. 그곳을 찾아 고인을 추모하고 동료 직원들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31일엔 다자녀 공무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며 다둥이 부모가 갖는 고충을 들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심각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고,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환기시키는 한편 정부부터 이를 솔선수범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내식당에서 직접 식판에 밥을 배식받고, 반납도 직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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