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기준놓고 여야 딴생각, 법안처리 난망

[the300]근로기준법 개정안 2개 계류중…"올해 국회처리 힘들듯"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31일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노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노조측 관계자들이 통상임금 관련 일부 승소 결과에 박수를 치고 있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청구한 원금 6588억원에 이자 4338억원이 붙은 합계 12조926억원 중 원금 3126억원과 이자 1097억원을 인정한 4223억원의 미지급분을 지급하라고 했다. 2017.8.3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이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판결에서 노조측 손을 들어줬지만, 국회에선 여전히 통상임금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거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선 여야가 통상임금 기준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며 법리 다툼을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판사 권혁중)는 31일 기아차 통상임금 사건 1심에서 원고(노조측)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기아차 측이 주장한 '신의성실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고 노조가 청구한 금액 중 원금, 이자 등 4224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받는 기초임금을 말한다.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 각종 초과 근로수당 산정과 퇴직금 액수에 영향을 미친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기초 임금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초과 근로수당도 많아진다.

업계에선 통상임금으로 노사갈등이 잦고, 소송이 늘고 있다며 법으로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무 등 각종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급여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정부의 행정해석과 법원 판결이 엇갈리고 있다. 실제 고용부 행정해석에 따라 통상임금에서 제외됐던 정기상여금 등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포함되는 등 정부와 사법부가 해석을 다르게 해 법적 분쟁이 확대됐다.

현재 국회엔 통상임금 법안(근로기준법 개정안) 2개가 계류 중이다. 지난해 5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것과 올해 2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 있다. 두 법안은 통상임금 범위를 각각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일체의 금품’(김성태 의원 발의안)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사전에 정한 임금’(이용득 의원 대표발의)으로 정했다. 여당 소속인 이 의원 개정안이 기업들에게 불리한 법안이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통상임금은 여야간 입장차가 확실한 탓에 법안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8일 국회에서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국민의당 의원)은 "기아차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당장 3조1000억을 지급해야 한다"며 "통상임금은 기아차만의 문제가 아닌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찬열 의원도 "협력업체 직원이 약 35만 명에 이르는데, 완성차가 잘못되면 2, 3차 부품업체도 연쇄 충격을 받는다"고 우려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임금채권은 유예기간이 3년으로 소송을 걸만한 노조들은 이미 다 마쳤고,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 이후 대부분 기업들이 사규를 변경하면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소했다는 얘기다.

제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법원의 이번 결정은 상여금과 중식대 등은 정기적이고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인 만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미”라면서 “이번 판결로 노동자의 권익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노사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선 법으로 통상임금에서 빠지는 수당을 명확히 정해놓는 방식으로 논란을 없앴지만, 우리나라는 통상임금을 놓고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9월1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지만, 여야 입장차가 커 관련 법안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통상임금에 대한 여야 입장차가 분명한 상황에서, 재직자와 퇴직자 등 적용범위 기준도 모호하다”며 “논란이 되는 이슈가 많기 때문에 올해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 300인덱스
  • 청탁금지법ABC
  • 데스크&기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