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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헌법이 시대적 요구를 모두 받아냈다”.

법학자이자 국회 개헌특위 위원으로 활동중인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개헌에 대해 이렇게 정리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상황으로 정부 기능이 마비되거나 극심한 혼란으로 치달아 혁명이 일어나는 상황까지 내몰렸으면 모르겠는데 오히려 헌법에 의해 모든 것이 해소가 됐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자유당 정부 시절 4.19혁명이 일어났고 당시 대안 세력이던 민주당의 당론이 의원 내각제였다. 국민들도 대통령 독제가 지긋지긋하다고 해서 의원내각제를 지지했다. 1987년에는 대통령 직선제가 국민의 염원이었고 정치권의 합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권이나 국민이나 어느 쪽도 그런 합의가 없지 않느냐.” 이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정부 형태도 그 나라의 전통이고 문화”라며 역사적이고 시대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인식과는 별개로 개헌을 하기에는 아직 여러 여건들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학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대통령제는 훌륭한 정부형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제는 승자독식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구조가 되기 쉽고 권력이 대통령한테 인격화돼 있어 대통령의 능력과 성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여당이 다수당(과반정당)이 아닐 경우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받게 되고 문제해결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는 의원내각제가 국내 현실에 더 적합한 권력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내각제가 되면 이론적으로 연립세력을 구축할 수 있고 견제가 가능하다”며 “지도자가 잘못하면 마가렛 대처조차 당 내에서 내칠 수 있는 게 의원내각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7년 개헌당시에도 학자들은 의원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전두환이 의원내각제를 하자고 하는 바람에 의원내각제는 ‘전두환 헌법’이 돼 버렸고 세력 연장으로 비춰졌다”며 “직선제에 대한 국민의 염원과 맞물려 지금의 대통령제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4년중임 대통령제에 대해선 “5년 지옥이 8년 지옥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4년중임제를 하느니 차라리 현행제도가 낫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린든 존슨 대통령이 선거를 잘 해보겠다고 베트남전에서 북폭을 포기하는 바람에 희생도 커졌고 전쟁에서 졌다”며 “이라크 전쟁의 경우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위해 팔루자 탈환작전을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임제는 오히려 선거승리를 위해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권력구조를 제외한 기본권에 대한 개헌 가능성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여성권, 동물권, 성소수자 등 여러 기본권에 대한 얘기가 개헌특위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합의를 볼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며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 자체만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또 “기본권에 대한 것은 추후 입법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까지 논의된 것 중 “군인·군속 이중배상 금지 규정, 헌법재판관 구성 요건에 대해서는 개헌특위 내에서 드물게 4당이 합의한 조항”이라며 “이런 부분을 손보는 것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개헌특위서 논의되고 있지는 않지만 “대통령 유고시 60일 이내 대통령 선거를 치르도록 한 조항도 손봐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번의 탄핵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부통령이 없기 때문에 이 조항은 손봐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