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여력 없다던 정부, 당청이 밀어붙이자 '슈퍼예산' 편성

[the300][막전막후 예산안일지]3월 '재정건전성'→5월 '새정부 뒷받침'→8월 '재정확대'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2018년도 예산안 당정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당정은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상임위별로 열어온 비공개 예산 당정 회의의 내용을 토대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반영한 2018년도 예산안 편성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2017.8.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3월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18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이 확정·의결됐다.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커 재정건전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기재부는 재정운용 전략에서도 이를 분명히 밝혔다. 유사중복과 의무지출의 철저한 관리를 강조했다. 재정누수 방지, 재정건전성 기반 마련 등 예산을 ‘타이트’하게 짜여 한다는 내용이 주였다.


40여일 후 정권이 바뀌자, 예산안 지침도 변경됐다. 기재부는 5월19일 각 부처에 새로운 예산안 지침을 보냈다. “새 정부 정책과제를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라”는 게 핵심이었다. 일자리 예산 확대와 4차산업혁명 지원 등 사실상 확장적 재정 정책 방침을 천명한 것도 이 때다.


기재부도 정권교체를 예상하고 나름 준비는 했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 등을 토대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재정확대 요구는 예상보다 거셌다.기재부는 5월31일 각 부처가 2018년도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6% 증가한 424조5000억원을 요구했다고 발표했다.


기재부는 통상 5월말 각 부처 예산요구를 받은 후 이를 토대로 정부 예산을 짜는데, 이듬해 예산 규모를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지난해엔 각 부처에서 2016년대비 3% 인상한 398조1000억원을 요구했고, 실제 올해 예산은 400조7000억원으로 결정됐다.올해엔 각 부처가 6% 인상을 요구, 지난해 대비 2배로 점프했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당청이 요구한 재정확대 수준을 감안해 기재부가 각 부처에 예산지침을 하달했다고 보면 된다”며 “아무래도 정권 초반이기 때문에 당청의 입김이 더욱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7월 중순까진 추가경정예산(추경) 통과에 전력을 쏟는 한편 예산안 편성 작업에 매진했다. 7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가 열렸고, 당정청간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한 ‘컨센서스’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등 재정확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평소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오던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대통령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당정 실무협의에서는 총 지출 기준 6~7%를 놓고 한창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당청은 이번 정부 5년간 필요한 예산 178조원(연 평균 35조6000억원)을 위해 첫 해에 과감한 예산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했다. 세수 여건이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주장이 뒷받침했다. 지난해 세수가 20조원에 이르렀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논거를 내세웠다.

 

정부는 그래도 부담이 됐다. 한번 재정확대가 이뤄지면 계속 돈을 쓸 수밖에 없는 탓이다. 복지수요 등 고정으로 나가는 돈이 늘어난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염두에 두고 은연중에 재정 여건이 좋지 않다고 했다. 기재부는 "성장률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재정건전성은 쉽지 않다"고 했고, 김 부총리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재정여력이 좋지 않다”며 적자국채 발행을 암시했다.


수차례 실무협의를 거친 당정은 7%에 근접한 수치로 당정협의에 들어갔고, 결국 최종 7.1% 늘리는 슈퍼예산(429조원)을 편성했다. 기재부는 6%대를 줄곧 주장했지만, 당청이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국회 관계자는 "당초 기재부가 국회에 가져온 예산안 초안엔 6.7~6.8% 인상률로 돼 있었는데, 마지막 당정협의에서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임기내 정책을 소화하려면 확장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하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한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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