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전병헌 정무수석과 대화하고 있다./뉴스1(청와대 제공)

"비서실장 휴가시 정무수석이 대신 합니다."

지난 8월초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휴가를 떠나자 그 역할을 잠시 전병헌 정무수석이 맡았다. 청와대 직제상 정무수석은 비서실장 아래 5수석 중 선임이다. 챙기는 업무도 광범위하다. 인사면 인사, 민정이면 민정인 다른 수석실과 달리 정무는 사실상 거의 모든 국정에 걸친다. 대국회·정당 업무와 행정과 치안(경찰)에 관련한 사안 등이다. 

물론 국회쪽 업무 비중이 높지만 사실상 특정 영역에 제한되지 않는다. 여론 파악 등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데에도 정무수석의 보고가 결정적이다. 청와대가 자칫 여론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린다면 우선 정무수석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그래서 "정무는 곧 전부"다. 

과거 정부에서도 정무수석 위상이 막강했다. 문재인 정부도 정무수석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개혁입법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자면 국회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상 첫 5개 정당의 여소야대 구도 또한 선례가 없는 난제다.

'무려' 3선 의원에, 야당 원내대표를 지낸 전 수석이 발탁된 이유다. 그러나 권력보다 실무를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다. 정무수석이 '대통령의 복심'을 전하며 군림하는 위치에 있기보다는 몸을 낮춰 소통하고 협치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당정청 두루 경험 전병헌 수석 = 전 수석이 이끄는 정무수석실엔 행정관 등 30여명이 근무한다. 비교적 큰 조직이다. 세 비서관이 떠받친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 한병도 정무비서관,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이다. 

정무기획비서관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국회, 정당에 관한 정보를 취사선택하고 정세에 대한 판단을 보고서로 작성한다. 정무비서관은 '정무'의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챙기는 정무수석실의 허리 격이다. 자치분권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신설했다. 행정 영역 중에서도 지방자치 분야에 역점을 둔다. 정무수석은 세 비서관과의 호흡을 토대로 정부-국회-국민의 가교역할을 한다. 

전병헌 수석은 당, 정부, 청와대 경력까지 두루 갖췄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평화민주당에서 당기관지(당보)를 편집·제작하는 일을 맡았다. '언론'에 목말랐던 당시 야당으로선 기관지의 역할이 막중했다. 전 수석은 DJ 집권 후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국정홍보처 차장으로 정부 경험도 쌓았다. 이어 총선에 도전, 서울 동작구에서 17~19대 의원이 됐다. 3선이던 19대 국회엔 제1야당 원내대표로 일했다. 

승승장구하다 20대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됐다. 무소속 출마 등 대안을 깊이 고민하다 대선을 준비하던 문 대통령을 만난 뒤 당 잔류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도 전략 파트를 총괄했다. 게임과 인터넷 분야에 적극 참여한 것은 그를 '꼰대'에 머물지 않게 한다. 국회의원의 엄숙주의를 벗고 인기게임 'LOL'의 캐릭터 복장을 입는 코스프레로 '갓(God)병헌', 유명 게임커뮤니티 루리웹의 앞자리를 따 '루통령'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시절인 2016년 1월, 진성준 당시 당 전략기획본부장의 보고를 듣고 있다./뉴스1

◇'친문' 진성준-'친노' 한병도·나소열=  진성준 비서관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2012년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인을 지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할 때는 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최재성 전 의원과 함께 문 대통령 지지층으로부터 '호위무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1985년 전북대학교 법학과 입학과 동시에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이 대학 부총학생회장을 지냈고 구속돼 옥살이도 했다. 

진 비서관은 전북지역 유력 정치인이던 장영달 의원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의 보좌진이 됐고 열린우리당 민주당 등에서 전략기획 파트 당직을 줄곧 맡았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 의원이 돼 국방위에서 활동했다. 20대 총선에는 서울 강서구에서 지역구 의원에 도전했지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한병도 비서관은 진 비서관과 1967년생 동갑이고 전북지역 학생운동을 함께한 사이다. 원광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전대협 활동을 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이 됐다. 국회 산업위 등에서 활동했다. 18~19대 총선에선 공천을 받지 못하고 20대 총선에선 낙선하는 등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지 크게보기

한병도 정무비서관이 지난해 총선 시기 연설하고 있다./뉴스1

올해 문 대통령 대선캠프에선 정무2특보와 국민참여정책본부장을 맡았다. 특히 지역의 선거조직 구성에는 '귀재'라는 평가를 들으며 대선에 일조했다. 별명 '뽀빠이'는 국회의원 시절 체구는 작지만 추진력이 대단하다고 해서 지역민들이 붙인 것이다. 

나소열 비서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꼬마민주당'부터 운명을 같이하고 고향 충남 서천에서 군수를 세 차례 내리 지낸 지방자치 현장전문가다. 1990년 꼬마민주당 공채 1기로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끌던 바로 그 당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나소열 자치분권비서관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뉴스1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복귀, 새정치국민회의를 세웠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1997년에야 노 전 대통령과 함께 국민회의에 입당했다. 국회의원 도전에서 좌절을 맛보고는 지방선거로 눈을 돌렸다. 2002년부터 서천군수를 세 차례 지냈다. 

군수시절부터 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한산모시 애용으로 화제를 낳았다. 문 대통령은 7월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나 비서관에게 "저번에 군수님으로 계실 동안에 한산모시를 입으셨는데 보기에도 참 좋아요"라고 말했다.  나 비서관은 "모시를 입으면 체감온도가 3도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대통령님께서 한산모시를 입으시면 국민들도 (일동 웃음)"라고 답했다.

정무수석실엔 오종식 선임행정관(정무기획비서관실) 백두현 선임행정관(자치분권비서관실) 채현일 행정관(정무수석 보좌) 등이 실무를 관장한다. 

정무수석실 핵심인물 모두 뼛속까지 정치인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 보좌가 일순위이지만 정치적 미래를 그리지 않을 수 없다. 

전 수석은 국회 재입성 외에도 서울시장 출마, 문재인정부 장관 입각 등 다양한 가능성이 열린 것으로 평가된다. 진성준·한병도 비서관은 국회 재입성, 나소열 비서관은 충남도지사, 백두현 선임행정관은 경남 고성군수 재도전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