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심사제도의 실상과 규제 입법의 품질관리 대책

[the300][정재룡의 입법이야기]정부의 우회입법, 대책은

편집자주  |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통해 전하는 국회와 입법 스토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정기적으로 회원국들의 규제개혁 정책과 성과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지난 5월 발표한 ‘한국의 규제개혁 보고서’는 한국의 규제 정책은 규제 입법의 품질에 대한 정밀한 조사와 검토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국회에 규제 입법에 대한 상설 품질 감시기구를 신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한국은 OECD 소속 다른 국가들에 비해 의원입법의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것이 더욱 필요하다고 봤다. 사실 이러한 권고는 2007년 보고서에도 있었는데, 2007년은 의원입법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17대 국회 기간에 속한다.

현재 정부입법은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규제심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부담을 안기는 규제는 걸러지는 반면, 의원입법은 그러한 절차가 없어 그와 같이 문제 있는 규제들이 대부분 의원입법으로 신설 및 강화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공개한 ‘의원입법 규제 조문 추이’에 따르면 20대 국회 출범 이후 1년간(2016.5.30.~2017.5.29.) 의원입법의 형태로 2,450건의 규제 조문이 제출되었는데, 이는 직전 19대 국회 1년간에 비하여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안 위주로 정부입법으로 추진하고 나머지는 국회의원에게 부탁하여 무늬만 의원입법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가 규제의 신설 및 강화를 추진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규제심사제도가 거의 유명무실하다고 봐야 한다. 규제심사 실무는 국무조정실의 규제조정실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 규제심사제도가 계속 존재할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든다.

OECD의 권고처럼 규제 입법의 품질을 관리하려면 의원입법에도 규제심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의원입법도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과도한 입법권 제한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많아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현재도 의원입법도 규제영향분석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지만 소위원회 심사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의원입법은 입안만 하면 바로 발의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있는 내용들이 걸러지지 않고 완성도가 낮은 채로 발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입법은 소관부처에서 입안한 이후 관계부처협의, 입법예고, 규제심사, 법제처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문제사항들을 삭제하거나 수정·보완하여 완성도를 높인 후 국회에 제출한다.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고급 골프장 등에 대한 수용권 부여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했는데, 그 취지는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민간의 사업에 대하여는 공용수용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2015년 12월 개별법에 산재해 있는 공용수용 규정을 대상으로 의원입법과 정부입법의 결과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분석해본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할 때 공용수용 관련 입법에서 민간사업자에게도 수용권을 부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는데, 최근에 의원입법으로 민간수용 입법이 양산되고 있고 그 중 사유재산권 침해소지가 있는 규정은 모두 의원입법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최근 양산되고 있는 무늬만 의원입법의 경우 시급성이 인정되는 것도 있지만, 관계부처협의와 규제심사 등 정부입법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정부입법의 편의적인 추진에 의원입법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부의 우회입법마저도 국회의원의 입법권이라는 명분으로 보호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정부의 우회입법을 막을 수 없다면 이제는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필자는 그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의원입법도 발의 전에 정부입법과 유사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 규제심사라고 생각한다.

다만, 의원입법에 대한 규제심사 추진은 입법권 제한이라는 문제를 고려하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강제력이 부여되는 방식이 아니라 보고서를 첨부하여 국회심사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되, 그것도 처음부터 의무화하기보다는 임의화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또한, 대상도 정치적이고, 이해 대립이 첨예하고, 정량적 평가가 어려운 경우는 제외하는 등으로 제한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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