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깃발 흔드는 트럼프·아베, 文 대통령 "봄은 온다"는데…

[the300][뷰300]美日 정상 자국서 인기없어..文 "자국 중심주의로 갈등 부각"

【함부르크(독일)=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지난 7월6일 오후(현지시간) 한·미·일 정상 만찬이 열리는 주함부르크미국총영사관에서 기념촬영 후 만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7.07.07.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가 여전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동맹국인 미국, 일본의 지도자들은 '위기의 계절'을 맞고 있다. 
미일 정상이 연일 북한 관련 강경론을 제기한 것도 이들의 자국 내 '인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흔들렸다. 6월 중순 이후 한 번도 40%대의 지지율을 못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위스콘신·펜실베이니아·미시간의 지지율도 30%대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 이슈까지 터지며 진퇴양난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사학 스캔들' 이후 지지율이 20%까지 하락했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 정권에 대해 책정한 국정 운영 점수가 최근 발표됐는데 10점 만점에 4.8점에 불과했다. 일본 국민의 64%가 아베 총리의 '3기 9년' 집권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인기없는 지도자들이 공식처럼 사용하는 것이 '안보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다. '안보'라는 깃발을 들어 복잡한 국내 이슈를 묻어두고, 흩어진 지지층을 모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만 해도 지난 4월 시리아 공습으로 지지율 반등효과를 누렸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공식 선언했다.  

북핵 이슈는 인기 없는 동맹국 지도자들에게 생긴 가장 매력적인 카드다.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일본 영해 근처에서 이뤄지고 있다. 피부에 와닿는 안보 위협이기 때문에 더욱 세차게 '안보' 깃발을 휘두를 수 있다. 자국 안보를 위해 강하게 나서야 한다는 명분이 있기에 요란하게 활용한다고 해서 손해볼 게 없다.

이해관계가 맞은 두 정상은 연달아 '핫라인'을 가동하며 동맹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ICBM급 발사 이후에만 두 번 통화를 나눴다. 별다른 새 제재안이나 메시지가 없지만, 일단 통화를 하며 안보 이슈를 띄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예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김정은과 '말 폭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효과는 분명하다. 아베 총리의 경우 지지율이 최근 크게 뛰며 40%를 넘었다. 일본 현지에서도 '북풍몰이'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보결집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두 정상이 자국 내에서 직면한 이슈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북핵 이슈를 활용할 것임이 분명하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외교·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당면한 가장 큰 도전과 위협은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며 "자국 이익 중심주의에 따라 협력보다 갈등이 부각되는 것이 지금의 엄중한 외교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차분하게 '대화'를 기초로 한 '대북정책 운전석론'을 유지하고 있는 정부의 대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당장 동맹국 (인기없는) 지도자들의 '안보 깃발 흔들기'에 함께 하지 않는다고 '코리아패싱'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서운함을 피력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면이 있다.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말 폭탄'이 쏟아지고, 국내에서조차 '북한과의 대화'는 그다지 인기가 없는 정책임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국제정치에서 대화가 이뤄지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국과 같은 중진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안보결집효과' 만큼 공식에 가깝다.

문 대통령도 전날 업무보고에서 "전쟁 만은 막겠다고 내가 말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내가 말하면 대북제재나 국제공조에 어긋난다 하고, 외국 정상이 하면 좋은 말이 되는 것인가"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가 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는 방법과 시기를 조율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내 정치적 상황을 관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북한과의 대화'는 적어도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정책이다. '촛불혁명' 이후 '여소야대' 국면에서 50~60%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에게는 리스크가 큰 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고 밝혔다. 대화 위주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작용이 크지 않은 타이밍을 '봄'이라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대립구도가 계속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길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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