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내삶을 바꾸는 개헌4(중)

[the300]종합

"내 손으로 법 만드는 사회, 상상해 본 적 있습니까?"


#"당신이 직접 법안을 발의하는 사회를 상상해 본 일 있습니까?"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뜻을 모아 직접 법률안을 제안하는 사회가 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사회가 될까? 아니면 서로 다른 수많은 주장들이 충돌히며 오히려 혼란에 빠지게 될까? 검사장을 국민이 직접 뽑는 사회는 어떨까? 검사장을 직접 뽑는다면 검찰 사회의 줄서기, 눈치보기가 해소되지 않을까?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는 권력구조 개편 뿐 아니라 기본권·참정권 확대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30년간 이어져온 ‘87년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포스트 1987’ 시대를 그려보자는 시도다.

 

현재 개헌특위 논의의 주요한 축은 역시 권력구조다. ‘5년 단임제’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제왕적 권력을 갖는 ‘대통령중심제’의 한계에 초점을 맞추고 ‘분권형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한다.

 

그러나 권력구조 개편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를 위한, 정치에 의한 개헌’으로 끝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개헌특위 내에도 존재한다. 개헌특위 출범 당시 제1소위 위원장을 맡은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87년 이후 변화한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여건에 걸맞은 가치와 규범을 정리하고 당면한 시대적 과제의 해결과 미래 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헌법 개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통치구조 변화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논의의 틀을 권력구조에서 다양한 범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률안 국민발안제’ 논의도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국회의원과 정부만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헌법(52조)을 개정하자는 시도다. 찬성하는 쪽은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기 위해 국민발안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유형과 심의 절차 등에 대한 정밀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한다. 국회가 심의·의결권을 갖고 국회내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민투표에 회부하는 식이다. 이번 탄핵사태처럼 비상한 상황, 직접민주주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에서만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반대하는 쪽은 재정 부담, 포퓰리즘적 법률안 남발에 대해 우려한다. 또 내각제 정부형태로 권력구조를 개편한다면 국회 해산과 조기 총선 등의 절차가 더 낫다는 시각이 있다.

 

‘헌법개정안 국민발안제’ 도입 여부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은 헌법에 국민이 헌법개정안을 발안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스위스는 국민 10만명 이상의 제안으로 헌법개정을 발안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1954년 제2차 개헌에서 도입됐다가 1972년 제7차 개헌에서 폐지됐다. 국회 개헌특위는 국민주권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국민발안제 부활에는 대체로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다만 구체적 심의절차에 대해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국회 개헌특위는 검사장 주민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 검사장 승진제도에서 비롯되는 권력줄서기·눈치보기 폐해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주민직선제로 인해 오히려 검찰이 정치화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주에서 검사장 주민직선제를 실시하는 미국에서도 선출된 지방검사의 부패를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검사가 수사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밖에 △생명권 △안전권 △망명권 △보건권 △정보기본권 △사상의 자유 등 다양한 사회변화를 반영하기위한 새로운 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할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 현행 헌법에 수도에 대한 규정이 없는 만큼 수도 규정 신설여부도 주요 쟁점 사안이다. 기본권을 보장받을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하는 사안, 지방분권강화, 재정민주주의 제도 개편 등도 논의중이다. 

 

전문가들은 개헌논의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1987년 6월항쟁 결과 국민들은 ‘직선제개헌’을 쟁취했다. 국민의 손으로 직접 통수권자를 뽑는다는 것은 당시 시대가 추구하던 가치였고 최대의 염원이었다. 그러다보니 ‘직선제 개헌’ 이외의 가치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1987년 탄생한 헌법이 지닌 한계는 2016년 탄핵사태를 겪으며 극명하게 드러났다. ‘개헌논의’는 그렇게 다시 수면위로 부각됐다. 이제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국민의 의지에 달려있다.



내각제vs이원정부제vs분권형대통령제..국민은 헷갈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특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제1소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17.7.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력구조'에 대한 해석과 이론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한 나라를 통치하는 방식이다. 이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일은 대통령제를 선택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쉽게 말해 대통령 권력을 나누느냐 더하느냐, 대통령직을 한 번만 하느냐 연임하게 하느냐 등 헌법과 법에 따른 통치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한국은 1987년 헌법 이후 중앙집권적 대통령의 단임제를 권력구조로 운영해 왔다. 이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며 다시 도마에 올랐다. 중앙집권이 제왕적 권력으로 변질되면서 소수의 주변 인물들이 권력을 독점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단임제에 따른 짧은 대통령 임기는 임기 말 레임덕을 가속화시켰고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사실상 유효 기간을 단 채 세상빛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전 정부를 거치며 사라진 녹색, 창조 등의 키워드만 돌이켜봐도 그 영향은 크고도 직접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헌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손을 대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개헌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개헌특위에서 권력구조 개편은 가장 큰 쟁점이다. 여당은 기본적으로 4년 중임의 대통령중심제를 주장하고 야당은 중임보다는 대통령의 권력을 나누는 게 먼저라며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한다.

 

이는 사실상 여야의 입장 차이에서 나온 주장이라 봐도 무방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소 13년’을 자신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5년 임기에 차기 대통령까지 배출한 후 4년 중임으로 8년을 집권하면 총 13년 집권이 가능하다는 시나리오다. 야당은 반대편에 서 있다. 정권을 못 잡았는데 힘까지 몰아줄 수는 없다는 거다. 현 체제를 공고히 해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부담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제의 반대편엔 의원내각제가 있다. 의원내각제는 의회가 실질적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구조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 남지만 권한은 다수당 수장에게 쏠리게 돼 있다. 내각을 다수당이 구성하는 만큼 행정권도 다수당이 갖게 된다. 입법부와 행정부 권한이 한 곳으로 집중된다. 다만 다수당이 전횡할 경우 이를 막기가 어렵다. 

 

이원집정부제와 분권형 대통령제는 모두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섞은 방식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총리가 나눠 갖는다. 대통령이 외교나 국방 등을 맡고 총리가 내각을 이끄는 게 일반적이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에 견제와 균형이 특징이다. 그러나 내치와 외치의 분리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이다. 

 

개헌 논의 과정에서 여당의 지지를 받으면서 크게 힘이 실리는 건 4년 중임제다. 임기를 지금보다 1년 줄이되 재선을 허용한다.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막을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다만 독주하는 권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강한 한국 정치 감정 상 오히려 레임덕만 1년 앞당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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