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80년 5월과 2017년의 택시운전사

[the300]

#1980년 5월. 서울의 한 택시운전사는 일당 10만원을 벌기 위해 외국인 손님을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뜻하지 않게 광주의 참상을 목격한 그는 어린 딸을 집에 혼자 둔 채 목숨을 걸고 이틀을 꼬박 일한다. 군인들이 쏘는 총탄을 피해 곡예 운전을 해가며 5.18 민주화운동을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한다. 영화 '택시운전사' 속 80년 5월 한 택시운전사 이야기다. 

 

# 2017년 8월. 한국의 법인택시 운전사들은 하루 10시간 안팎을 일해도 1.5~7.3시간만 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다.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소정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는 근로기준법 58조 때문이다. 또 현행 기준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근로기준법 59조의 특례업종에도 지정돼 '무제한 노동'을 피할 수 없다. 그렇게 일해도 이들의 평균 월급은 약 158만원. 스스로 일터를 '막장'이라 부른다고 한다.

 

국회는 최근 택시 운전사들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졸음 운전’으로 버스 기사 근로 환경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버스 기사뿐 아니라 택시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은 최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인택시회사 부가가치세 경감률을 확대해 연평균 약 400억원의 재원을 확보, 택시운전사들의 복지에 쓰도록 하는 법안이다. 

 

현재 택시는 여객수송의 약 40%를 담당하고 있지만 택시의 20%가 공급과잉 상태다. 운임요금 규제까지 더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택시업계의 열악한 사정은 시민들에게도 불편을 안기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어 택시노사 3개단체와 만나 택시운전사 지원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80년 광주에서 택시는 앰뷸런스이자 보도차량이었다. 지금의 택시도 시민들의 가장 편리한 발이자 출퇴근길 뉴스의 공장 역할을 한다. 80년 광주에서 자신의 삶을 던진 택시운전사들은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에 있었다. 2017년 새로워져 가는 세상은 택시운전사들의 삶을 바꿔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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