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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로 세금이 잘 걷히지 않던 2014년 9월,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한다. 한갑에 2500~2700원이던 담뱃값을 2015년부터 450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곧바로 ‘서민증세’ 논란이 불거졌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가 나서 방어선을 쳤다. 그는 “일각에서 '증세'라는 의도적 프레임(틀)을 갖고 비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담뱃값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흡연율은 가장 높은데 (정부가) 방관만 할 수 없기 때문에 인상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증세 논쟁을 적극 차단했다. 사실 정부가 담뱃값 인상안을 꺼낸 건 그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복지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에 담뱃값 인상 필요성을 보고했다. 하지만 그땐 분위기가 달랐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 탓에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이 많았다. 경기가 갑자기 좋아진 것도 아닌데 불과 1년반만에 담뱃값 인상은 속전속결로 추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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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올린 주역들…그때 그 발언 살펴보니 = 담뱃값 인상안이 나오자 증세 논란은 거셌다. 2014년은 경기침체로 법인세 등 세금이 당초 정부 목표만큼 걷히지 않아 '세수 펑크'가 현실화되던 때였다. 전년도(2013년) 세수부족액만 8조원을 넘겼다. 그해 새로 취임한 최 전 부총리의 '초이노믹스'는 확장재정을 기조로 하고 있어 재정악화 우려는 더 컸다.

 

정부는 '증세론'이 아닌 '금연정책론'을 내세웠다. 문 전 장관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가격 정책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부총리도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다"며 ”박근혜 정부가 증세로 정책 전환을 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바람직한 금연정책으로서의 담뱃값 인상 방안' 토론회까지 열어 "가격 인상이 최고의 금연 정책"이라며 정부에 힘을 실었다. 야당의 증세 지적엔 "(좌파의) 프로파간다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도 "지방재정으로 이전되는 부분 등을 감안하면 증세의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린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주호영 당시 정책위의장 역시 "담뱃값 인상은 세수 확보 목적의 증세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와 여당의 금연정책론에 담뱃값은 이듬해에 결국 4500원으로 인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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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엔 감세?…한국당, 담뱃값 인하로 증세 맞불 = 여당때 담뱃값을 올린 자유한국당은 왜 다시 담뱃값을 내리자고 할까. 담뱃값 인하론이 다시 등장한 건 지난 대선 때다.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공약으로 담뱃값 인하를 내걸었다. 그는 "담뱃값이니 소줏값을 올려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국고를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담뱃값 인하로 서민 부담을 줄이겠다고 했다.

 

대선 이후 잊혀졌던 담뱃값 인하론은 지난달 20일 여당이 ‘부자증세’를 내세우자 다시 나왔다. 한국당은 여당에 맞서 담뱃값 인하 법안을 발의했다. 3년전 금연정책을 주장하며 담뱃값을 올린 정당이 이번엔 내리자고 주장하는 셈이 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서민 부담을 줄이고 그 돈을 소비 진작에 사용하면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민 감세 차원에서 우리는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자가당착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맹목적인 발목잡기라는 비판도 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당론이라 얘기하기 어렵지 않겠냐"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론 수렴도 해보고, (의원총회를 통해) 의원 의견도 들어보고 해서 정할 것"이라고 물러섰다.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담뱃값 인하 전에, 과거 인상 정책에 대한 증세 인정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도 편치만은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이던 올 초 발간한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뱃값을 이렇게 한꺼번에 인상한 건 서민경제로 보면 있을 수 없는 굉장한 횡포"라고 했다. 한국당의 '서민감세' 공세에 반박할 논리가 부족한 셈이다. 여론도 변수다. '문재인 정부=증세, 한국당=감세' 프레임이 먹힐 경우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다.

 

◇추가세수 약 9조원…담뱃값 인하 가능할까 = 담배값 4500원 중 제조원가와 유통마진을 제외한 세금은 3318원이다. 이 중 담배소비세가 1007원(22.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이 841원(18.7%) △개별소비세 594원(13.2%) △지방교육세 443원(9.8%) △부가가치세 409원(9.1%) △폐기물부담금 24원(0.5%)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 후 2년간(2015~2016년) 이런 세금 항목들을 토대로 8조9132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2015년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한 약 3조6000억원의 추가세수 중 1조4000억원(약 38.9%)을 지방재정에 할당했다. 1조원은 국세(약 27.7%)로 1조2000억원(약 33.3%)은 건강증진부담금 등으로 납입했다. 지난해 세수증가분인 5조3800억여원도 유사한 비율로 분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담뱃값을 내리면 상당 규모의 사업들이 축소돼거나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담뱃세 인하로 세수부족 문제는 물론 흡연율 증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담뱃값을 내리면 심리적으로 과거보다 더 싸다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담배소비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담배값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의 상당부분이 지방소비세나 교부금 등으로 분배된만큼 지방세수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