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 신성한 국방의무를 논할 수 없는 지휘관들의 품격

[the300]지휘관 폭언·위협 등 인권에 대한 全부대 조사 계기돼야

편집자주  |  외통수는 외교통일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오세중 정치부 기자

육군 제2작전사령관 박찬주 대장 가족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이 폭로돼 파장이 일고 있다. 공관 근무 병사들을 이른바 '노예사병', '몸종' 수준으로 부렸다는 것이다. 폭로된 내용을 보면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특히 박 사령관 부인의 '갑질'은 도를 넘는다. 사령관 아래 있는 공관병과 조리병에게 소파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을 치우게 했다. 화장실 청소 등 허드렛일, 큰 아들 늦은 귀가 후 간식 챙기기, 휴가 나온 둘째 아들 속옷 빨래 등도 시켰다. 장병 표준 일과표는 전혀 무관한 업무 지시다.

 

병사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폭언과 위협은 기본이었다. 사령관 부인은 조리병의 조리하는 게 기분에 따라 마음에 안 들면 칼로 도마를 치고 허공에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또 아들의 휴가 때 사령관 부인은 공관병에게 '전'을 간식으로 챙겨주라고 지시했는데 공관병이 이를 깜빡하자 '전'을 얼굴에 집어던졌고 공관병은 그냥 맞어야 했다. 공관병이 발코니 식물을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이유로 부인은 발코니의 문을 잠궈 추운날씨에 한 시간 가량 공관병을 가둬두기도 했다.

 

공관 근무하는 병사 중 전자 팔찌를 찬 병사는 호출벨이 울리면 신호를 받고 뛰어가야 했다. 부인이 2층에서 호출벨을 눌렀을 때 늦게 올라오거나, 전자팔찌의 충전이 덜 되어서 울리지 않을 경우 모욕적 언사를 퍼부었다. 한 번만 더 늦으면 영창에 보내겠다는 협박도 했다. 병사들의 부모를 모욕하기도 했다.

 

심지어 2015년 최차규 전 공군참모총장의 '관용차로 아들 홍대 클럽 데려다주기'와 같은 운전병 사적 운용 갑질사건이 운전병의 인터넷 제보로 폭로된 이후 공관 근무 인원에 대한 인터넷 사용도 금지했다. 외부로 제보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도록 원천봉쇄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39사단장이 공관병 폭행으로 보직해임 되고, 60사단 연대장의 '갑질'사건도 기사화된 지 한달여 됐다. 또 다시 군대내 '갑질'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60사단의 경우 연대장이 인사권을 빌미로 장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이 연대장의 부인 역시 '갑질'에 동참한 것은 두말 할 것 없다. 기사가 나간 후 연대장 부인과 통화를 했다. 억울하다 호소했다. 그러면서 군 지휘권이라는 게 있는데 이러면서 큰 소리를 내며 나를 훈계했다. 아래 장교들에게 어떻게 할 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부인이 곧 지휘관이라는 착각이 통화 내내 들었다.

 

문득 막 제대 후 복학했을 때 새내기 후배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 여학생의 아버지는 사단장이었다. 그 후배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해맑게 명문대생 당번병에게 본인이 과외도 받고, 운전병이 '학원' 데려다 줬다고 했다. 여러 친구들은 그 후배의 얘기를 재밌게 듣고 있었지만 갓 제대한 복학생은 웃을 수 없었다. 20여년 전 얘기다. 군대가 많이 바뀌었다지만 ‘갑질’은 여전하다.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참에 전부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야 한다. 인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군 당국은 개선을 다짐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은 '신성한 국방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어떤 부모도 귀한 자식이 상관의 갑질에 '몸종' 노릇을 하길 바라지 않는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와 관련 '지휘관의 공관 근무병 철수'를 지시했다. 민간인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관병이 굳이 필요한 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세금으로 민간인 인력을 쓴다는 것에도 회의적이다. 이것 역시 진정한 군 개혁과는 떨어져 있는 듯 하다. 공관병이라는 일종의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사고 자체를 버리는 시점이 군 개혁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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