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당정청 '엇박자'와 '속도전'의 두얼굴

[the300]초고소득자 3억초과 등 '2017 세법개정안', 증세 반대한 정부도 결국 백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7년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2017 세법개정안’ 당정협의를 한 지난달 27일. ‘핀셋증세’, ‘명예과세’ 등 말의 성찬이 오간 이날 오후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실수' 하나를 고백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소득세 과표 3억∼5억원 구간 신설 제안이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원안에 포함됐던 내용"이라는 것.

청와대는 당시 서면브리핑때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돼 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한다"는 추 대표의 발언을 전했지만, '3억~5억원 구간'의 언급은 없었다. 청와대는 "발언을 받아 적어서 오픈(공개)하는 과정에서 빠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청와대의 고백이 나오기 두시간 전, 추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국가재정전략회의때 3억~5억원 신설을 제안했다”고 하자 청와대가 부랴부랴 시인한 것이다. 그땐 아직 초고소득자 최고세율 과세표준(과표)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협의 중인 사안이 외부에 알려지자 정부는 당혹해했고, 청와대가 해명에 나선 것이다.

당정청은 왜 이런 혼란을 자초했을까. 시계를 한달전으로 돌려보자.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는 6월29일 조세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 등에 세금을 더 걷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이 메시지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와 협의를 거쳐 나온거지만, 논의 과정에선 진통이 많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취임 후 줄곧 “명목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탓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서민과 중소기업을 빼고,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으로 한정한다고 정부를 설득했다. 공약사항이기도 하고, 힘이 있는 정권초에 밀어 붙어야한다는 논리였다. 이때 고소득자 세율 인상과 과표 신설 등 얘기가 거론됐다. 정부는 “증세는 속도전이 아니다”며 부정적이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을 비롯해 정부와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의원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공론화 없는 증세는 탈이 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박광온 민주당 의원(기재위 여당 간사)도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청와대와 당이 증세에 속도를 내면 김동연 부총리 입장이 뭐가 되겠냐”며 “물밑에서 의원들끼리 협의를 꾸준히 했지만, 김 부총리 입장이 있으니 표면으로 드러내지 말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언론엔 7월10일부터 ‘3억~5억원 과표 신설, 세율 38%에서 40%로 인상’이란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당정청은 “정해진 것 없다”고 해명했다. 정확히 10일 후 추 대표가 이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오픈했다. 추 대표 말대로 기재부 세제실장 등은 정확히 메모를 했고, 정부도 당청의 입장을 확실히 확인했다. 문 대통령이 하루 뒤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틀째 행사 말미에 "어제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셨다. 대체로 어제 토론으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곧바로 막판 작업을 했고, 7월26일 문 대통령에게 세법개정안 초안을 보고했다. 여기에 초고소득자 세율 인상과 구간 신설 등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김 부총리 등 기재부 관계자들에게 고생했다며 박수를 쳐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청이 드라이브를 건 증세론을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 것을 확인한 추 대표가 또한번 총대를 메고 오픈 시킨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 등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 특성상 신중론을 펼친 의원들과, 김 부총리의 입지를 생각해야한다는 의원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당론처럼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초고소득자' 범위가 소득 5억원이 아닌 3억원 초과가 됐다. 집권여당과 청와대가 속전속결로 추진한 증세방안이 정부의 신중론을 뒤엎고 한달여만에 정책으로 추진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 아직도 이번 증세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지만, 대통령과 당 대표 등이 힘을 싣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이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야당은 이번 증세에 반대 입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국회에서 법안이 다뤄지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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