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헌법 한줄권 준다면"..성소수자·반려동물·노인행복권 '개헌제안' 봇물

[the300][내삶을 바꾸는 개헌 3-下]20~40대 10인 방담 "개헌논의, 권력구조 벗어나야"

해당 기사는 2017-08-02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지난 겨울 '촛불'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잊고 살았던 헌법 가치를 어렴풋이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들 중 헌법이 정말 '내 삶'을 바꾼다고 체감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국민의 힘으로 나라를 바꾸고 기본권을 지켜냈다는 거대한 사건 앞에서는 헌법 가치의 벅차오름을 느꼈으나, 실제 일상에서 헌법이 제 할 일을 못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른바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이전 세대의 1987년 헌법 이후 30년. 앞으로 살아갈 20~40대 시민들은 '개헌'의 이미지를 묻는 머니투데이 더(the)300의 질문에 '권력구조', '대통령 연임', '권위주의 정권' 등 부정적인 단어를 언급했다. 이는 헌법 개정이 내 삶과 동떨어진 정치권력과 관련돼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개헌 논의에 대한 무관심과도 맞닿아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헌법에 넣고 싶은 조항을 묻자 머릿속에 감춰둔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2040 세대가 헌법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헌법이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던 것이다.

 

◇"개헌? 그들만의 리그 아닌가"= 우리가 과거에 권력자의 권력유지를 위한 개헌을 많이 접해서일까. 많은 이들이 '개헌'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정치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 장성진(서울대 외교학)씨는 "대부분의 개헌이 당대의 권력자들의 욕구에 따라 자의적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다"며 "개헌에 대해 아직까지도 알 수 없는 의심과 부정적 이미지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헌정사를 봤을 때 사실 국민의 의사를 온전히 담은, 국민에 의한 개헌이 이루어진 경우는 희소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연스레 무관심, 괴리감으로 연결된다. 정치동아리에 몸담고 있는 조성연(연세대 경영학)씨는 "아무래도 지난 7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9차례 개정된 헌법에서 중심적인 내용은 거의 모두 '대통령 권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는 점에서 이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수립 초기부터 최근까지 개헌은 권위주의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기반해 이뤄진 사례가 대부분이며 민주화 이행기의 개헌 역시 제도권 정치세력의 밀실 타협에 기초했다는 점에서 현실과 상당히 동떨어져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0~40대의 인식도 비슷하다. 30대 광고업 종사자 D씨는 "'개헌'이라고 하면 국회 중심의 대통령 연임제 관련 내용이 떠오르는데 국민의 피부와 생활에 와닿는 개헌을 통한 내용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40대 G씨는 "여야 간 정쟁이 떠오른다"고 밝혔고, 40대 벤처기업 대표 F씨는 "정치력이 없는 분들이 국민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니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싶다는 느낌"이라고 불신을 표했다.

 

◇"내게 '헌법 한줄권' 주어진다면"= 20~40대 시민들은 권력구조 개편 등 거대주제보다 성소수자·노인 등 우리 사회에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고민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동·식물 기본권에 대한 언급이 많아 젊은이들의 진화하는 법의식을 드러냈다. 정치인의 책임과 권한에 대한 구체적인 주문도 나왔다.  

 

먼저 약자에 대한 사회적 보장, 복지국가 관련 조문 요구가 잇따랐다. 은행에 종사하는 30대 여성 H씨는 "정서적, 신체적으로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위엄이 보장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며 "다양성이 존중되고, 약자에게도 자유가 보장되고, 남의 권리를 해치치 않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조항들이 구체적으로 포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D씨는 특히 '노인의 행복추구권'을 제안했다.

     

조성연씨는 "현재 헌법은 차별금지의 사유로 '성별, 종교 등 사회적 신분'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현재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 수준으로 높였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또 "복지국가로서의 한국의 비전을 명확히 하는 조항이 추가됐으면 한다"며 "결국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통한 국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에겐 일상을 함께하는 동식물도 권리를 인정받을 주체였다. 30대 공익법무관 A씨는 "현재 법 체계에서 동물은 사실상 자연인의 재물로서 평가받고 있고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도 존엄한 생명에 대한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문구를 넣고 싶다"고 밝혔다. 30대 대학원생 B씨도 "1인 가구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증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반려동물은 그들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가족"이라며 "반려동물의 동물권에 대한 조항이 명시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D씨는 "동식물에 대한 권리가 추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각자의 경험에 기인한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졌다. G씨는 '먹거리 관련 사기범들을 중형으로 처벌하기' 조문을 제안했다. 장성진씨는 국가가 교육·통일·외교·사회복지 및 고령화 사회에 대해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를 관통하는 장기계획이 필요하다며 관련 5가지 조문을 내놓았다. 30대 협회 직원 C씨는  헌법의 모호한 한반도 영토규정을 지적하고 "북한을 확실히 규정하는 조항을 만들어 국가정체성에 혼란을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F씨는 "한줄권이 주어진다면 정치인들이 국민이 만들어 준 권력에 대해 선민의식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조문을 넣고 싶다"고 했다. 30대 교육업체 직원 E씨는 "있는 헌법만 잘 지키면 우리나라는 100% 좋은 나라 된다"며 "있는 조항이나 잘 지켜라"라고 권력자들을 향해 일갈했다.

 

◇개헌에 시민의견 반영 어떻게?= 이들의 소망은 밀실을 벗어난, 현실과 맞닿은 개헌 논의다.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G씨는 "왠지 개헌은 그들만의 리그로 보여지기에 일반 국민이 범접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다. 그 안에서 돌아가는 과정도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결과물만 보여진다"며 "국회의원들이 뛰어야 한다. 언론을 활용하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하든 소통의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마지막 단계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는 현재 개헌 방식엔 국민 목소리를 직접 반영할 체계가 없다"며 "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을 홈쇼핑처럼 팔았던 것처럼, 본인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새로 문구가 추가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헌법조문을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생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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