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레터]일베 글을 '기사'라 부르는 사람들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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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도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 기사쓰나”
19대 대통령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팬클럽 ‘황대만’(황교안 대통령 만들기) 오프라인 모임 잠입취재 중에 만난 한 노신사가 내게 건넨 질문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교수였던 그는 온라인커뮤니티 일베 게시글을 ‘기사’라고 불렀다. 그는 “기존 언론이 여론을 왜곡할 때 일베의 ‘기사’(게시글)가 우파정론지”라며 “하루의 주된 일과중 하나가 일베 기사를 지인들에게 sns로 전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정모에서 만난 회원들 가운데 일베의 게시글을 '기사'라 부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일베의 역기능을 알고 있다면서도 “일베의 순기능은 95% 역기능은 5% 정도"라고 평했다.

#일베에는 5.18 군사쿠데타,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역사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사건과 인물에 대해 우파적인 시각과 해석을 담은 글들이 주로 올라온다. 한국당 등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와 비판의 글도 종종 눈에 띈다. 이 때문에 일베를 우파정론이라 평했으리라고 추측해본다. 그러나 일베에는 반사회적인 행동과 정서도 동반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에 대한 조롱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물고기밥과 어묵에 비유하며 어묵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등의 글은 일베에서 최고의 호응을 받았다. 성범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일에 대한 인증을 하는 사람은 ‘영웅’으로 대우 받는다. 2014년에는 토크콘서트에 출연한 재미교포 신은미씨에게 황산테러를 가한 학생을 일베에서는 윤봉길의사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지난 5월1일부터 6월12일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상에서 패륜적 욕설이 가장 빈번하게 올라오는 사이트도 ‘일베’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름'에 대한 부정은 예사고 폭력까지도 정당화 된다. 세월호 피해자 비하, 여성 혐오, 호남 혐오 등은 일베를 관통하는 주된 정서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이러한 일베를 가리켜 “극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반사회적집단”이라고 규정했다.

#“내가 아는 뉴라이트는 일베 하나밖에 없다. 일베 많이 하시라”
일베를 우파정론으로 규정하는 사람을 다시 만난 것은 자유한국당에서다. 한국당의 ‘혁신’을 책임지게 된 류석춘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말 대학생·청년 간담회에서 이같이 독려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지지율이 15% 안팎까지 떨어진 한국당은 현재 혁신위를 꾸리고 당의 변화를 모색중이다. 혁신위는 혁신안에 한국당이 추구해야할 가치를 ‘신보수주의’로 규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보수주의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혁신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미루어보자면 일베에서 추구되는 가치와 일맥상통하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제도권내 공당이 반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당의 '혁신' 방향은 기존보다 하나 더 ‘우클릭’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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