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文대통령의 휴가가 반가운 이유

[the300]

문재인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두고 말이 많다. “때가 어느 때인데 휴가냐”는 비판이 나온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발사 후 하루 만이라는 시점을 거론한다. 바른정당은 논평까지 냈다. 이종철 대변인은 "지금이 과연 휴가를 떠날 때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휴가를 떠나도 될 때"라고 답하고 싶다. 시간을 돌려 북한의 ICBM급 발사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사실을 9분 만에 보고받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의 추가 배치,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확대 협상을 지시했다. 동맹국과의 공조 및 대북감시 태세 점검 등 긴급 초기 조치도 완료했다. 휴가지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대비해 경남 진해의 군 휴양시설로 정했다.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하고 청와대 관저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나"라고 되묻고 싶다. 대통령이 한 달 전부터 예정한 휴가를 취소하고 굳은 표정으로 청와대를 지키면 북핵 해결의 묘수가 하늘에서 떨어질까. 오히려 국민의 불안감만 증폭된다. 추가 도발이 없는 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며 여러 의견을 듣고 종합해 대북 전략을 구상하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해서 대통령이 휴가를 미룰 이유는 없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해서 대통령이 (예정된) 휴가를 안 간다거나 하는 것도 오히려 북한에 대해 우리가 끌려가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마나 대응체계를 실제로 잘 운영하느냐가 중요한데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휴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서 오히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뭐라도 해야…"라는 분위기가 읽혀 씁쓸하다. 말로는 선진국을 외치며 정작 “엄중한 시국에…” “한 창 바쁠 때 자리를 비우면…” 등의 위선적 행보를 보이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휴식은 권리이자 또다른 노동을 하기 위한 의무적 재충전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휴가가 이같은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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