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해놓고 시행 못하는 법 있다? 진퇴양난 '강사법'

[the300][정재룡의 입법 이야기]문제해결용 입법, 사회비용만 초래한다면

편집자주  |  정재룡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을 통해 전하는 국회와 입법 스토리

2011년 12월 대학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골자로 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른바 ‘강사법’이라고 한다.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강사법은 이후 5년 7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이해당사자인 대학과 강사 대부분이 입법 당시부터 반대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회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이 법의 시행을 유예하는 조치만 취했다. 이제 내년 1월 1일이면 3차 유예도 끝나 시행해야 한다.

2015년 12월 3차 유예에 들어갈 때 국회는 부대의견을 통해 정부가 대학 및 시간강사와 협의체를 구성해 현장에서 수용 가능한 보완입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당시 3차 유예안은 2년간 유예하는 것이었지만, 정부의 보완입법안의 제출 시한은 2016년 8월까지로 명시했다. 필자가 강사법의 시행을 또다시 2년이나 유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고 가능하면 조속히 유예를 끝내고 강사법을 보완 시행할 수 있도록 제시한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2016년 9월에 △강사의 1년 미만 임용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당연히 퇴직하도록 하며, △강사의 임무를 학생 교육으로 한정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보완입법안을 마련했다. 이를 신속히 의원입법으로 발의해 줄 의원을 찾을 수 없어서 결국 정부입법 절차를 거쳐 올해 1월 24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상정이 가능한데도 상정되지 못했다. 정부의 보완입법안에 대해서 강사 대부분이 강사법보다 후퇴한 개악이라고 반대할 뿐만 아니라 대학측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그만큼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그래서 시간만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보완입법안을 마련했는데도 강사법의 시행 전망이 어두운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혹시 강사법에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강사법이 기본적으로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교수의 사회적 지위가 너무 높다. 그러니 '보수'가 목적이 아니라 그 사회적 '지위' 때문에 유사 교수라 할 수 있는 강사의 공급이 너무 많다. 반면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에서 강사의 수요가 축소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의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내용의 강사법이 시행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강사법은 한 대학에서 전업으로 강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복수의 대학에서 겸업으로 강의하는 경우까지 법으로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강사법의 적용을 전업으로 제한하면 강사의 생계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겸업은 일종의 프리랜서라고 볼 수 있다. 그 경우에도 신분을 보장해주는 것은 일반적인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결국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법적 지위를 확보해주고 고용 안정성을 높여서 경제적 처우에도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인데, 강사의 경제적 처우를 위해 신분보장이 수단처럼 사용되면서 그런 불합리성을 잉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강사법이 안고 있는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시행은 난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강사법이 시행되지 못하고 세 차례나 유예된 이유일 것이다.

강사법은 처음부터 사회적 문제의 해결이라는 당위론에 치중하다보니까 현실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세밀하게 반영하지 못하였고 일반적 원칙도 무시한 것으로 보인다. 강사법은 애초에 정부 주도로 추진된 것이다. 강사법의 역효과 등 문제점들은 대부분 당초 입법심사 과정에서 제기됐던 것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대응했고 결국 문제의 소지를 그대로 둔 채 강사법이 만들어졌다. 

이는 입법이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됐지만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입법만능주의를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는 일종의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국회가 강사법의 유예를 반복하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시간만 보낼 수는 없다. 지난 5년여 사이에 강사법의 여파 등으로 사립일반대학의 강사 수가 2만여 명 줄었다. 이제 더 이상 유예는 안 되고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필자는 2015년 말 3차 유예안에 대한 검토보고에서 일정한 전제 하에 강사법의 폐지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시간강사의 실직 우려 및 대학의 재정부담 가중 문제 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면서 실질적인 처우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를 조속히 시작한다는 전제다. 최근 대학과 시간강사들 대부분도 필자의 의견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국회가 어떤 방향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정재룡 국회 수석전문위원/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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