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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박수현 대변인이 20일 청와대 대브리핑룸에서 지난 정부 문건 관련 및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인사를 브리핑하고 있다. 2017.07.20.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청와대가 '캐비닛 문건'의 추가공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보수 이념의 확산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밝혔다. 보수논객·보수단체 지원, 카카오톡 '좌편향' 압력, 박원순 시장이 있는 서울시에 대한 불이익 조치 등의 정황이 포착됐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에 정부가 개입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문건은 이번에도 발견됐다.
청와대는 20일 국정상황실 자리에서 발견된 문건 504건을 분류했다고 밝혔다. 2014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작성된 내용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3일 민정수석실, 14일 정무수석실, 17일 국정상황실과 국가안보실에서 문건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민정수석실 300건과 정무수석실 254건에 이어 국정상황실 발견 문건의 주요 내용까지 공개한 것이다. 아직 정무수석실 1100여건 및 다량의 국가안보실 문건이 남아있다. 특히 국가안보실에서 가장 많은 문건이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건 내용을 일부 공개하며 "특정이념 확산 방안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15년 4~6월 사이 작성된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대책, 청년·해외 보수세력 육성방안 등이 담겨있었다. 같은해 7월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결과'에는 청년 보수단체들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을 적극 검토하라고 명시됐다. 박근혜 정부가 보수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좌파'로 낙인찍은 듯한 문건도 발견됐다. 일종의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인 '샵(#) 검색'에 대해 "좌편향적 논란이 있으니, (다음카카오에) 카카오톡 '자동연관 검색어'를 개선토록 주문"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이외에도 '포털 뉴스서비스의 사회적 책임강화 방안' 문건에 따르면 포털의 언론사 위상 부여 여부와 포털의 수익환류 제도화 추진 검토 등을 거론됐다.
청와대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압력을 주도한 듯한 내용도 확인됐다. 청와대는 복수의 문건을 통해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며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하라"고 밝혔다.
지난 민정수석실·정무수석실 발견 때와 같이 삼성그룹 지배구조 관련 문건도 역시 발견됐다. 청와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문제 및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창구로 동원된 정황이 재확인된 셈이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논의했다. 또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경영권 간섭에 대해 국민연금 등을 적극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문건 분류 및 분석작업을 마친 후 특검에 사본을 제출하고 대통령기록관에 원본을 이관할 계획이다. 문건 공개의 적법성 논쟁에 대해서는 "이관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일반기록물로 판단했고, 문건의 개요를 일부 공개하는 게 문제가 없다고 법리 검토를 마쳤다"며 "문건들의 내용이 위법의 소지가 있는 지시를 담고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왜 이런 문건이 나오고 있는지 우리도 난감하고 어이없다. 발견했다는 사실을 말하는데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한다"며 "현재 청와대 직원들도 의아하고 어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개한 문건 504건이 나온 국정상황실은 이전 정부에서는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됐다. 문건 작성 기간(2014년 3월~2016년 10월)을 고려햇을 때 홍남기 현 국무조정실장의 청와대 기획비서관 임기(2015년 2월~2016년 1월)와 겹친다. 홍 실장 본인도 자신이 작성한 문건이 일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본인에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홍 실장의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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