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구를 위한 개헌이 돼야 하는가

[the300][내삶을 바꾸는 개헌]①권력구조 개편 매몰되면 정치 위한 개헌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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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국회 본청 내 홍보판에 게시된 87년 직선제 개헌 안내문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2016.10.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라가 몸이라면 헌법은 뼈대다. 몸이 아무리 유연해져도 관절이 거꾸로 접히는 일은 없다. 상황에 따라 법이 고쳐지더라도 헌법은 든든한 뼈대로 몸을 받친다. 하지만 몸이 커질 때 뼈대도 자란다. 이 작업이 바로 개헌이다. 개헌은 민주국가 통치 체제의 근간을 바꾸는 작업이다. 시대정신, 권력 구조, 기본권 등 나라의 근간을 정비하는 절차다.

지난 30년간 우리 몸은 변했는데 뼈대는 그대로다. 개헌 요구가 적잖은 이유다. 정치권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국회내에 개헌특별위원회가 설치돼 1년 이상 활동했다. 야당은 대선 전 개헌을 추진했을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을 공약했고 취임 당일 이를 재확인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은 문 대통령이 약속한 유일한 정치 일정이다.

하지만 개헌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순간, 우리 삶과 멀어진다. 나라의 뼈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 삶은 배제된다. 실제 개헌 논의를 보면 정치권의 관심사에만 국한될 뿐이다. 대표적인 게 권력구조다. 권력구조가 개헌의 중요한 요소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대통령제를 유지할지 내각제를 택할지,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5년 단임제를 유지할지 4년 중임제를 택할지를 결정해 새 헌법에 담아야 한다. 그렇다 해도 '개헌=권력구조'식의 논의는 위험하다. 개헌의 시대를 살아야 할 국민이 배제된 논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의 삶보다 국회의원, 정치인들의 삶을 반영하는 주제가 권력구조다.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이 이뤄지고 권력구조가 개편되면 정치인들은 곧바로 다음 선거에서 차원이 다른 상황을 맞는다. 반면 국민들의 입장에서 다른 모양의 투표용지를 받아보는 것 말고는 달라지는 게 없다. 권한의 분산에 초점을 맞춰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정치인의 삶을 바꾸는 개헌'이 돼서는 안 된다. 권력구조 개편에 집중하는 개헌은 이미 30년전에 한 차례 있었다.

87년 개헌 때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 시대적 요구로 얻어낸, 그리고 만들어낸 개헌이지만 그게 전부였다. 노동‧경제‧환경 등에 대한 고민은 담지 못한 채 지나쳤다. 경제민주화 등의 조항이 그나마 구색을 맞췄다. 탓할 이유는 없다. 그땐 직선제가 시대정신이었다. 중요한건 현재의 시대정신이다.

30년이 지난 대한민국은 몸집이 거쳤고 달라졌다. 경제는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 민주주의는 평화적 정권교체, 부패한 권력에 대한 심판 등을 거치며 성숙했다. 국제사회에서도 국격의 상승이 체감된다. 이젠 커진 몸을 받칠 수 있도록 더 튼튼한 뼈대로 바꿔야 할 시기다.

그렇다면 어떤 개헌을 해야 할 것인가. 머니투데이 더(the)300이 제69주년 제헌절에 맞춰 내놓는 화두는 ‘내 삶을 바꾸는 개헌’이다. 권력 구조 개편이나 권한 분산 등에 매몰되기보다 민주주의, 인간의 기본권, 생존권, 환경권 등을 새 시대에 맞게 논의해보자는 제언이다. 당장 촛불이 만든 성숙한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던져줬다. 정보화 시대는 그리스 시대에나 적합했던 직접 민주주의를 재소환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 소수자의 인권, 양극화의 사회, 인간과 함께 해온 동물 그리고 인공지능….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하고 만들어야 할 뼈대가 적잖다. 정답은 없다. 다만 공허한 논의를 피하기 위해 분명한 전제는 우리 삶에서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87년 개헌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한 뒤 삶 속 개헌 주제를 찾아 지상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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