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엿새만에 모습 드러낸 안철수, 메시지는 '모호' 의혹은 '여전'

[the300]정치권 "왜 영장 발부 기다렸나"…정계은퇴·탈당 등은 선 그어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사건과 관련된 입장 표명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12일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당이 이 사건을 공론화한지 16일만이다. 안 전 대표는 입장 표명이 늦었던 것에 대해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고통스런 마음으로 (검찰 수사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장고 끝에 나온 입장 표명이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날 발표에서 국민과 당원, 동료 정치인, “심적 고통을 느꼈을 당사자"라는 표현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들 준용씨를 향해 사과를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이지 않았다.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다당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당부와 함께 앞으로 반성과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만 했다.

 

이 정도 내용이었다면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기다리지 않고 발표했어도 됐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수사를 지켜본다”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안 전 대표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정도 내용이면 더 빨리 했어도 상관이 없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실기’로 안 전 대표가 짊어질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와관련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어제 구속영장 청구와 구속으로 (이같은 부분이) 명확해졌다고 생각해 입장 발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메시지도 모호하다.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까지 정치하면서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먼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말 예상한 것을 넘는 정도까지 책임져왔다"고 답했을 뿐이다. 정계 은퇴를 비롯 자신의 거취는 밝히지 않았다. 정치적, 도의적 책임으로 읽힐 말한 상징적 조치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 입장표명을 통해 정계은퇴나 탈당 등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실장은 "정계은퇴나 탈당과는 선을 그은 것이지만 당장 안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무엇인가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부 환경 변화 등이 있어야 다시 움직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분석했다. 

 

의혹이 남아있는 부분에 대한 추가 입장 표명도 없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던 지난달 24일 오후 정책네트워크 내일 사무실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만났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당 진상조사에서 고소 취하를 부탁하기 위해 안 전 대표를 만났지만 "고소 취하라는 단어도 당시 생각나지 않아 그 말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의 주범 이유미씨에게 "안 전 대표에게 취하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했고 안 전 대표도 한번 알아보겠다"고 거짓으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여러가지로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만 안 전 대표는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저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는 말로 사전 인지 의혹에 대해 부정했을 뿐이다.

 

안 전 대표가 밝힌 향후 행보는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한 게 전부다. 기존 정치인들의 경우 대선 같은 중요한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에는 외국에 나가는 방법을 많이 선택했었다. 손학규 전 대표는 전남 강진의 토굴에 칩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조작 사건에 발목이 잡힌 이상 발걸음을 떼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이 아니어도 대선 패배에 따른 자성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안 전 대표다.

 

당 분위기도 변수다. 안철수계와 호남의 두축으로 구성된 당 세력의 변화 가능성이다. 이미 호남 지지 기반의 붕괴 조짐이 감지된다. 친안(안철수) 인사의 충성도도 예전같지 않다. 다음달 전당대회를 통해 당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내 기류 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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