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화 대법관 후보자가 4일 최근 대법원의 유죄판결과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엇갈리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에서 검토를 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법원에서 불거진 사법 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사과도 내놨다. 법조계 고질적인 전관예우를 "경험해보지 못했다"고 했다가 여야 의원들의 질책을 받고 "폐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정화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양심적병역거부 사안에 대해 하급심이 계속 대법원과 반대되는 (무죄)판결을 하면 대법관으로서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고 질문하자 "대법관이 된다면 전원합의체로 중지를 모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하급심 판사들이 대법원 판례를 충분히 알면서도 무죄를 계속 선고하고 있고 대체복무제에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 분위기가 있다"며 "전원합의체 판결로 하급심과 대법원의 핑퐁게임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종식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관련해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서는 "법원의 구성원으로써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법관의 학술 발표나 연구 부분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법원에서는 고위 법관들이 압력을 행사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추진하던 대법원을 비판하는 행사를 축소하도록 했다는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바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최근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상설화하고 여기에서 논의한 현안을 사법 행정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전국법관회의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현재 법원조직법은 사법행정 권한이 대법원장에 있다"며 "(전국법관회의에 대한) 대법원 규칙 등 근거를 만들어 어떻게 운영하고 심의기구로 할 것인지, 어떤 사항에 대해 할 것인지, 차차 논의가 잘 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또 시위대를 상대로 한 경찰의 살수차 직사살수는 허용돼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중요한 자유라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며 "직사살수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자는 법원에 전관예우가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법부에 26년간 있으면서 정확히 주위에서 전관예우를 했다는 판사를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에 "전관예우가 없다는 생각은 과거 법원서부터 내려온 얘기"라며 "저도 법조계에 몸을 담았었지만 전관예우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후보자 개인이 전관예우는 없었다고 믿지만 대법관이 된다면 사법부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며 "국민들은 전관예우 사실을 신문에서 매일 접하는데 이것이 없다고 한다면 후보자에게 대법관을 시킬 수 있겠는지 국민들은 의문스러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본인 생각만으로 편협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는 이런 충고를 많이 들었다"며 "국민의 시각으로 볼 때 전관예우가 있다면 법원이 이로 인한 폐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앞서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대법원은 다수의 의사에 의해 외면될 수 있는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를 충실히 보호해야 한다"며 "대법원이 유지해온 가치들을 존중하되, 양성평등 및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권리보호에 충실한 대법원 판례가 나올 수 있도록 제 힘과 지혜, 열정을 모두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제가 만약 대법관이 된다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시대적 사명에 부응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며 "여성대법관 한 명이 늘어난 형식적 의미의 다양화에 그치지 않고 저를 통해 우리사회의 보다 다양한 가치들이 대법원 판결에 투영될 수 있는 실질적 의미의 다양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