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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순방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1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교수와 학생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를 주제로 △남북 당국 간 대화 △이산가족 조속 해결 △남북 특사 교환 △대규모 대북경제지원 등을 담은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 냉전종식과 평화정착에 대해 협의하고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준비가 돼 있다. 북한 당국의 요청이 있을 때엔 이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당국에 의한 남북경협 등 햇볕정책 구상을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 내용을 발표하기 앞서 이를 북한측에 미리 통보했다.
1948년 서베를린에 설립된 베를린 자유대학은 '통일의 상징'으로 불리는 곳이다. '베를린 선언' 일주일 이후 남북간 특사 접촉이 이뤄졌으며 4월10일 평양 정상회담 개최가 전격 합의됐다. 이는 6월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과 6·15 공동선언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독일을 국빈 방문 중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3월 27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평화통일 기반 구축 3대 제안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담은 것으로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 △이산가족 등 남북 주민 인도적 문제 해결 △남북 주민 동질성 회복 등을 골자로 한다.
드레스덴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공습으로 25만명이 사망하며 초토화됐지만 이후 재건에 성공한 지역으로, '동독의 상징'으로 꼽힌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베를린 장벽 붕괴 5주 후 독일통일 목표를 선포했던 곳도 드레스덴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통일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내놓으려 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통일대박론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6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에서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을 한다.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은 전세계 지도자들이 주요 정책 구상을 발표하는 장으로 활용돼왔다.
최근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남북관계 주도권을 쥐게 된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보다 구체화된 대북 구상을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김대중·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와 같이 이산가족 상봉이나 대북특사 파견 등 구체적 제안이 담길 가능성도 있으며, 문 대통령만의 통일 비전이 원론적 개념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
다만 한미정상회담 성과에 더해 G20 '신 베를린 선언'으로 남북대화와 교류의 모멘텀을 삼고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남북대화 재개의 실질적 성과를 거두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은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대통령이 끊임없이 북한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음에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성공을 주장하며 '레드라인'을 넘음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거세지며 북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문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식 통일 구상도 빛이 바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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