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의 '소득주도 성장' VS 완장기획위의 '기업옥죄는 공약'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위)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통신비 인하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 김창현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의 한 축으로 ‘가계 부담 줄이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보험료·통신비 인하’를 주타깃으로 삼았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이다. 역대 정부마다 ’민생대책’으로 수차례 건드렸던 분야이기도 하다. ‘부담 경감’으로 포장됐지만 실제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가격 개입, 가격 통제의 정책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는 전날 손실보험료 인하에 이어 통신비 인하까지 연 이틀 가계비 절감 대책을 내놨다. 연 평균 4조6000억원의 통신비를 줄이는 게 골자다. 겉보기엔 국민 부담이 줄어들 것 같다. 요금을 깎아준다는데 싫어할 국민도 없다. 보험과 통신은 공교롭게 매달 통장에서 돈을 빼가는 산업인 탓에 국민들은 이번 정책을 반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책은 국민 편익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직접 인위적으로 가격을 건드리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격 통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시장가격을 정부가 잘못 건드리면 ‘강남 부동산’처럼 한 번에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가격 인하 정책이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효과가 전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정부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SK텔레콤이 기본료를 11% 인하했고 2003년 음성통화 요금을 10초당 21원에서 20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효과는 미미했다. 가계 지출 중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땐 기름값이 문제였다. 2011년 천정부지로 치솟는 국제유가 탓에 오른 휘발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리터당 100원 낮췄다. 가계부담은 줄지 않은 채 정유사 이익만 감소했다. 해가 바뀌고 국제유가가 안정된 후 기름값은 자연히 안정을 되찾았다.

오히려 가격통제는 정권을 거치며 기업 경영 악화로 이어졌고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에서 수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최고의 방법인 일자리가 없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간다. ‘표퓰리즘(표를 얻기위한 선심성 정책)’은 결국 국민이 손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가격 통제는 전기와 같은 특정 산업에 한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며 “경쟁을 촉진해서 사업자들이 스스로 낮추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이처럼 명분만 있고, 실리가 없는 정책이 매 정권마다 반복되다보니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국정기획위가 ’완장찬 점령군‘처럼 공약이라고 무조건 밀어붙이지 말고, 시장과 소통하며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결국 가격이란 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시장원리로 정해지는데, 정부가 개입하는 순간 시장실패 혹은 정부실패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란 무한 경쟁을 앞둔 기업들로선 부담이 적잖다. 최악의 상황에선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등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국책연구원 박사는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면 기업 활동 위축 등 부정적인 문제가 생긴다”며 “각 산업을 둘러싼 각종 규제를 없애고,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주도 성장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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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의 '소득주도 성장' VS 완장기획위의 '기업옥죄는 공약'

[the300]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가격통제식 민생대책...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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