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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 박정희 전 대통령, 김학렬 전 청와대 경제1수석./사진=머니투데이DB(제공=포스코) |
수출입국, 외자도입, 중화학공업 육성을 기치로 내건 박정희 정부는 경제수석비서관을 최대 세명까지 뒀다. 경제 1수석을 상시로, 2~3수석을 필요에 따라 가동했다. 1수석은 대체로 경제전반을, 2~3수석은 핵심 과제를 별도로 맡았다. 2수석을 중화학공업 기획단장 겸직으로 임명하고 3수석에겐 외자도입 임무를 주는 식이었다.
경제수석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계획 기획부터 집행까지 수석이 총괄했다. 박 전 대통령은 고등고시 행정과 1회(1950년) 수석합격자 출신인 김학렬 경제1수석을 "내 경제 과외선생"이라고 불렀다. "정치는 이후락, 경제는 김학렬"로 회자됐던 그 김학렬이다. 포항제철 1기 고로 준공식에서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옆에 나란히 서서 가동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이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EPB) 장관으로 옮겨가 박 전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현실화시켰다.
박 전 대통령 시기를 정점으로 경제수석의 영향력은 조금씩 줄었다. 3수석 편제도 1수석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일부 역할이 부처로 분산됐을 뿐 개발 경제 기조 속 경제수석의 중요도는 여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재익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을 본인의 첫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면서 "여러 말 할 거 없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말한 일화는 경제수석의 위상을 잘 보여준다. 군 출신으로 경제에 문외한이었던 전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준 거다.
전 전 대통령의 말 만큼 유명한 게 김재익 전 수석이 먼저 한 말이다. 그는 "내 조언대로 정책을 추진하면 저항이 엄청날텐데, 끝까지 내 말을 믿어줄 수 있느냐"고 했다. 흔쾌히 수락하며 나온 게 저 말이다. 그는 아웅산 테러로 작고하기 전까지 수출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입을 확대하는 균형경제를 꾀했다. 폐쇄적 대기업 성장정책도 개방정책으로 전환시켰다. 전화기 자급제도 그가 주도했다. 그때 깔린 IT망은 오늘 정보통신강국의 시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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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정부 청와대 경제수석/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
정치사적으로는 암흑기가 계속됐지만 경제는 이 설계대로 고도성장했다. 외채가 줄고 무역 적자는 흑자로 돌아섰다. 중산층이 늘었다. 스스로 중산층을 자부했던 시민들은 이후 민주화의 주도세력이 됐다. 고도성장의 이면에서 과부하가 발생했다. 가계는 자고 나면 치솟는 집값에 몸살을 앓았다. 수출입 물동량이 급속도로 늘어난 기업들은 인프라 부족에 발목을 잡혔다. 물류비용이 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돌아왔다. 기업과 민생에 모두 빨간불이 들어왔다.
노태우정부의 선택은 문희갑 전 경제수석이었다. 추진력 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 전 수석은 분당과 일산 등 5개 수도권 신도시를 추진해 집값을 잡았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영구임대주택 20만호 건설을 진두지휘한 것도 문 전 수석이다. 물류 문제는 신공항 건설 해법을 내놨다. 물색한 부지가 인천앞바다 영종도다. 지금 세계 최고 교통 허브로 꼽히는 인천국제공항의 밑그림이 경제수석실에서 나왔다.
꾀주머니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강봉균 전 경제수석은 박정희 정부의 일곱차례 경제개발계획 중 다섯차례를 주도했다. 그런 그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으로 발탁했다. IMF(국제통화기금)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우리 경제를 덮쳤던 때다. 대기업 빅딜을 진두지휘하며 칼을 휘둘렀다. 다만 기업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견이 있다. 강 전 수석의 뒤를 이어 경제수석 바통을 넘겨받은 이기호 전 경제수석도 과감한 집도를 이어갔다. 대우그룹 12개 계열사로부터 워크아웃 신청서를 받아낸 것이 이 전 수석이다.
참여정부 이후 과거처럼 카리스마를 앞세운 경제수석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제성장의 그래프가 꺾이고 경제규모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면서 성장의 경제정책보다 관리의 경제정책이 중요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대 경제수석 자리를 김영주 전 수석에게 맡겼다. MB(이명박)정부 초대 경제수석은 김중수 수석이었다. 박근혜정부 첫 경제수석은 조원동 전 수석, 마지막은 강석훈 전 수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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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강봉균 전 수석이 지인들과 대화하는 모습. 2016.9.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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