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야심작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추경 편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추경안 반대 입장을 내세운다. 하지만 한편에선 ‘곁눈질’이 적잖다.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야당의 겉표정과 달리 ‘노골적’으로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예산 앞에선 여야도 당론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어 대책 예산을 추경에 편성해 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성 의원은 "올해 편성된 한발 대비 용수개발사업 예산 125억원이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경을 통한 예산 투여가 긴급한 상황이고 중장기적으로도 다목적 용수개발사업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추경'에 대해 "국가 재정 원칙을 허물면서까지 추경 편성을 감행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과 달리 추경에 찬성하면서 가뭄 대책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이다. 오히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추경 예산 반영 답변을 받았고 여당 측 백재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추경 관련 공식 요청을 했다고도 했다.

성 의원은 충남 서산·태안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성 의원의 지역구가 위치한 충남 지역은 최근 가뭄으로 인한 벼작물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남 지역 가뭄 피해지역에 대한 대책을 위해 추경 예산 편성을 주장했다. 추경 반대 입장을 내건 국민의당 지도부인데 지도부를 이끄는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실상 추경 편성을 전제로 한 셈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일 전남 진도·무안·신안 등을 방문해 현장을 살펴본 뒤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만큼 생존에 직결되는 가뭄 대책 추경안도 편성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추경에 대한 찬성 입장을 시사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추경을 '문재인 대통령 취임 기념 추경이자 낙하산 추경'이라고 규정하며 추경 추진에 반대할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호남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국민의당 의원들은 이번 추경에서 지역 관련 예산을 챙기자는 쪽이다.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 불과했던 호남 지지율 회복을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장 출마를 염두에 둔 중진의원일수록 예산에 대한 갈증이 크다.

백재현 예결위원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지역구 현안에 필요한 예산을 추경에 반영해달라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비공식적 '청탁'도 이어지고 있다. 여야를 가릴 것 없다고 한다. 백 위원장은 "이번 추경은 일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그 외 예산은 추경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데 애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신 상수도 시설 수리 등 민생 사업과 직결되는 지역 일자리 예산을 추경안에 포함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을 비롯해 내각 인선에 대한 협조 모드는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추경에서 야당을 얼마나 챙겨주는가에 달려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