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시간, 엄마의 시간

[the300][기고][워킹맘 좌충우돌]

내 아이를 기르면서 아침의 풍경이 달라졌다. 출근 준비는 아이를 기관에 보낼 준비를 마치고서야 시작되었다. 아침에 눈을 뜬 후에는 아이의 기분을 살피고 준비물을 챙기고 하루의 일과를 체크하는 것부터 내 일상은 시작이 되었고 항상 마음에 짐을 안은 채 집 밖을 나섰다. 그리고 아이가 잠들기 직전에야 집에 도착하여 우왕좌왕하는 저녁 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아이를 재우면 나오는 긴 한숨. 무사히 하루 일과 완료. 

이번 대선 과정에서 모든 후보자들은 여성과 아동을 위한 정책을 복지 공약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웠다. 특히나 이번 새 정부에서는 칼퇴근법과 아동수당이 도입 될 예정이고 국공립어린이집도 현재보다 상당히 확대될 조짐이다. 매우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보육의 국가책임이라는 국가적 아젠다의 현실화를 목전에 두고 있음에 마냥 기쁘지 않은 것은 무엇 때문인 것일까.

국회의사당 전경(본문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사진=유동일 기자
0-2세 영아 열 명 중 여섯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고 있다(2015년 기준). 조부모에게 부탁하거나 베이비시터를 고용하여 아이를 맡기는 비공식적인 수까지 합산하면 아마도 이보다 더욱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서 말문을 트고 주변 상황에 대해 인지하기 시작할 때 옆에 부모가 아닌 다른 대리양육자와 생활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부모들은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내 자식을 다른 사람 손에 맡긴다. 그 시간을 양육에 할애하면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단절되고, 나아가 이렇게라도 경제 활동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힘들어서 일 것이다. 

그래서 육아휴직 활성화와 육아휴직 급여 인상은 한 세트로 움직여야 하고, 보육료 지원을 바탕으로 한 공보육을 통한 국가의 보육책임은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한다. 하지만 육아휴직이 끝나면. 그 이후에도 흐르고 있는, 내가 놓치고 있는 아이의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보편주의적인 공보육 정책만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단 말인가.

자녀의 연령별로 아이가 요구하는 바는 각각 달라진다. 즉, 아이가 성인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부모는 늘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 중 자식이 80이 돼도 애기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물론 아이가 어릴 경우 부모의 심리적 부담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육체적으로 많은 손길이 가는 연령일수록 더할 것이다. 

그럼 육아휴직제도의 내실화로 해결될 것인가. 육아휴직제도가 갖추어졌다 해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동안 충족되지 못하는 경제적 부족함은 온전히 부모의 몫이 된다. 양육수당을 지원하면 해결이 될 것인가. 가정양육수당을 통해 가정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게 되나 현실적으로 경제적 활동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아이의 부모와 함께 할 시간은 이렇게 희생 당하고 마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여태껏 아이를 어디에 맡기고 내가 일을 조금이라도 더 할 수 있을까만 생각을 해봤지, 그동안 아이의 생활은 어떠할까에 대한 생각이 깊지 않았다. 아이 나이 3살이면 엄마 나이도 3살이라는 증거인 것일까. 

여러 북유럽 국가들이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특히 네덜란드의 경우 시간제 근무가 활성화 된 국가로 분류된다. 바세나르 협약 이후 근무형태의 다변화와 함께 시간제 근무가 활성화되었는데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네덜란드의 시간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복지혜택에서 그 어떠한 불이익도 강요받지 않는다. 

물론 이는 여성이 일도 하면서 아이를 볼 시간까지 확보하게 되어 이중 노동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의구심보다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확보하면서 일도 병행할 수 있는 일-가정양립 정책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현재 수많은 일-가정양립 정책이 시행중이고 새 정부가 시행된 이후 다양한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시간제 일자리라고 해서 내가 불이익을 받는 그런 일자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공보육의 확대, 현금을 통한 국가 지원은 물론 필요하고 이는 국가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일하는 엄마, 아빠들에게 소중한 정책은 내 아이와 내 일을 모두 지킬 수 있는 정책이다. 아이와의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족하고 바탕이 되어 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그리고 이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 일자리 정책 말이다. 

지금 현재도 아이의 시간은 흐르고 있다. 아침에 눈뜰 때, 그리고 잠들 때 조금 더 여유로울 수 있는 아이와의 시간,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마음의 무거운 짐을 약간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역시 잠든 아이 옆에서 뭔가 알 수 없는 죄책감을 뒤로하며 손을 꼭 잡아본다.

※이윤진= 육아정책연구소(정부출연연구기관) 부연구위원. 연세대 사회복지학박사, 이화여대.
이윤진 박사/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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