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관료 출신 4인방, 文정부 비정규직 정책 두고 충돌 엇갈린 인연

[the300]'정치인' 김진표·이용섭 규제 핸들러 vs '민간' 박병원·권태신 규제 수용자

김성휘 기자,최경민 기자 | 입력 : 2017.05.29 16:51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진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이용섭 전 의원을 임명했다.(뉴스1DB)2017.5.16/뉴스1

문재인정부 출범 보름만에 정부·여권과 재계가 정면 충돌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우려'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발언이 계기다. 정부 초반의 기싸움이라거나 과거의 기억 때문이라는 등 해석이 얽힌다. 그중에서도 정부와 재계 양쪽의 수장들이 한솥밥 먹던 경제관료 선후배들이란 사실이 흥미롭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행정고시 13회),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행시 14회)이 한 쪽에 있다면 다른 쪽엔 박병원 경총 회장(17회),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 부회장(19회)이 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답게 시장을 존중하는 기본 시각은 비슷하다. 성장에도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인생 후반기 진로가 달라지면서 정치적·정책적으로 서로 충돌하는 관계에 이르렀다.

 

이들이 처음부터 등진 사이는 아니다. 김진표·이용섭·권태신 세 사람은 모피아(재무부 출신) 출신이란 공통점으로 묶인다. 김 위원장, 박 회장은 고향은 각각 경기도 수원과 부산으로 다르지만 서울대 법대 동문이다. 김 위원장이 2003년 2월 경제부총리가 됐고, 박 회장은 그해 9월 차관보로 승진해 함께 일했다. 박 회장은 경제기획원(EPB) 출신이다. 

 

큰 차이는 어느 정부에 중용됐느냐다. 김 위원장, 이 부위원장은 참여정부의 '스타 관료'다. 김 위원장은 2003년 2월 경제부총리가 됐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된 뒤엔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부총리만 두 번 했다. 이 부위원장도 참여정부 때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건설교통부 장관을 거쳤다.

 

두 사람은 행정고시 13회, 14회로 1년차 선후배 사이다. 사무관, 서기관 시절부터 세제 파트에 근무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김 위원장이 2001년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승진하면서 공석이 된 세제실장 자리를 물려받은 이가 이 부위원장이다. 국회에서는 2012년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이용섭 정책위의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문재인정부에선 대선캠프부터 인연을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캠프를 이끌었다. 이 부위원장은 비상경제대책단장을 맡아 문 대통령이 경제리스크 요인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병원 당시 전국은행연합회장 인터뷰. 2013.04.16 /사진=이동훈 기자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 권태신 신임원장 인터뷰. 2014 /사진=홍봉진 기자

박병원 회장, 권태신 부회장은 다르다. 우선 행시 기수가 후배다보니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됐다. 박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재경부 차관보, 제1차관을 거쳐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됐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발탁했다. 권태신 부회장도 참여정부 재정경제부 제2차관을 지냈지만 국무총리실 실장(장관급)이 된 건 이명박 정부에서다. 이어 한국경제연구원장, 전경련 부회장 등 민간·재계쪽으로 항로를 틀었다. 정치에 입문하지 않은 것도 김진표·이용섭 두 사람과 다르다. 

 

김 위원장, 이 부위원장은 직업관료를 마치고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정치인이자 장관, 정당 지도부로 '규제'를 직접 만들고 고치는 공급자 역할을 계속했다. 반면 박 회장, 권 부회장은 민간으로 나섰다. 민간기구의 수장격이면 웬만한 국회의원 부럽지 않지만 규제의 측면에선 그 적용을 받는 수용자다. 눈에 보이지 않게 정부와 민간, 어느 한 쪽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정서가 생길 수 있다.

 

한편 문재인정부 경제파트엔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변양균 전 장관으로 이어지는 EPB 라인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박봉흠(13회) 변양균(14회) 등 행시 기수만 다를 뿐 경제기획원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예산처 장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을 지낸 판박이 경력이다. 변 전 장관이 차관시절 박 전 장관을 1년 가까이 모신 적도 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이정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이들을 보좌했던 후배 관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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