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관가, '배지 단 장관'만 찾는 이유

[the300][런치리포트-정치인 장관]국회로 권력이동, 의원겸 장관 인기 많아져...

해당 기사는 2017-05-18 런치리포트에 포함된 기사입니다 런치리포트 매거진 보기

국회의원과 장관. 선출 공직자와 임명 공직자를 대표하는 자리다. 국회의원은 국민이 직접 뽑는, 국민을 대표하는 공직이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은 관료들의 꿈이다. 장관은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직접 다룬다. 두 공직 모두 의미가 큰 자리다.

 

하지만 무게감은 다르다. 국회의원은 의원 배지를 달고 장관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이 의원 배지를 달려면 장관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영향력에서도 차이가 난다. 의원 출신 장관은 할 수 있는 게 많다. 법을 만들었던 입법부에 몸 담고 있다가, 그 법을 바탕으로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이끌기 때문이다. 관료 혹은 학자 출신 등 비정치인들이 생각할 수 없는 협상력도 갖게 된다.

 

두 자리를 모두 경험한 장관 출신 전직 국회의원은 “관료만 하다 장관을 맡는 것보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장관직을 겸임하는 게 상임위에서 훨씬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며 “국정과제와 관련된 법안처리에 힘이 실린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정치인 장관'을 선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권초나 국면전환이 필요할 때 대통령은 국회의원을 내각에 보냈다. 정무적 감각을 부처의 전문성에 더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법안 처리 때 특히 정치인 장관의 능력이 필요하다. 꼬여버린 정국의 실타래를 풀 때도 이들이 역할을 한다. 지역구 예산이나 사업 등을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어서다.

 

박근혜 정부에선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역할을 했다. 친박 실세로 불렸던 최 의원(4선)은 세월호 사태로 침체된 경기와 꼬여버린 정국을 풀기 위해 긴급 투입됐다. 확장적 재정정책과 기업소득환류 세제 등 각종 정책을 펼쳤다. 추진력이 무기인 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지식경제부 장관을 맡아 산업과 에너지 문제를 다뤘다. 최 의원은 기재부 공무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상사에 뽑힐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일처리는 물론 부처내 인사 문제 등을 해결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재오 전 특임장관 등이 그랬다. 두 전직 장관 모두 MB의 심복으로 당시 국정 철학을 정책에 반영했다. 야당과 싸울때는 적극 나섰다. 관료 출신이었다면 언감생신 꿈도 못 꿨다. 정권 초 미국산 소고기파동 이후 국정 동력이 약해졌을때도 이들이 적극 나섰다.

 

노무현 정부에서 활동했던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도 하마평에 거론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4선)과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적이다. 정통관료였던 김 위원장은 참여정부 첫 경제부총리를 맡았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의원 배지를 달고 교육부총리를 지냈다. 유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를 이끌며 느슨해진 복지정책을 손봤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의원 신분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을 맡아 산업정책과 에너지자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정을 도왔다.

 

‘이해찬 세대’란 별칭을 낳게한 이해찬 의원(7선)도 DJ정부 시절 대표적 정치인 출신 장관이다. 이 의원은 문 대통령 정부 출범과 동시에 중국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정부 출범 초기에는 아무래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는 정치인 출신들이 내각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정치인 출신이 행정부의 추진력을 흡수한다면 집권 초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가에서도 정치인 출신 장관은 매력적이다. 국회의 영향력이 커진 2000년 전후부터다. 특히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부턴 절대적이다. 정치인 장관이 와야 법안 통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의원들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국회로 권력이 이동하면서 협상력이 중요해진 게 사실이다.

 

관료 출신 장관은 업무파악과 조직장악 능력면에서 시간을 줄일 수 있지만 정책의 생명인 법안 처리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해가 첨예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4년 내내 잠을 잘 확률이 높다. 실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서비스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등 오래 전 발의된 법안들 중 빛을 못보고 계류된 게 많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으로 관료들을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산하기관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동업자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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