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중의 외통수] 차기 정부 첫 과제는 국방부 '전횡' 수습?

[the300]사드·GSOMIA·'가짜영웅'심일 소령 '알박기' 논란 다시 명확히 해야

편집자주  |  외통수는 외교통일의 한 수를 줄인 말입니다. 외교·통일·안보 현안을 두 눈 부릅뜨고 주시해 문제점을 집어내는 노력을 해보겠다는 의미입니다. 공정한 시각이라는 이름의 편향성을 지양하고, 외교·통일안보· 이야기를 주로 다루면서 제 주관에 따라 형식의 구애 없이 할 말 다해보려고 합니다.
오세중 기자

대선주자들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개혁의 목소리가 숨을 한번 고르는 날이기도 하다. 국민의 눈과 귀는 온통 대선에 쏠려 있다. 그만큼 차기 대통령,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다. 특히 남북 긴장 고조, 북미 대립, 미중 갈등 등 급박한 외교 안보 현안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하지만 군(軍)의 현재는 안타깝다. 국방부는 대선 한달여를 앞두고 민감한 현안들을 '퉁'치듯 일방적으로 처리했다. 여론의 비판이 이어졌지만 국방부는 개의치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고독한 싸움이었다면 그나마 수긍할 수 있다.


문제는 국방부의 ‘속도전’으로 불씨가 꺼지기는커녕 오히려 다시 타오를 기미를 보인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다. 한미동맹 관계를 고려할 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사드 배치를 번복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무언가에 쫓기는 듯 원칙없는 배치를 감행했다. 조기 대선전 한미 간 모종의 합의로 배치를 완료할 것이라는 ‘국방부 꼼수설(說)’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달 26일 새벽 2시에 심야를 틈타 사드 장비를 운반, 성주골프장에 설치했다. 대선이 불과 13일 남은 시점에 이른바 '알박기'를 한 셈이다. 국방부의 사드 관련 번복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사드 배치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국방부의 약속은 공염불이 됐다.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 시설물도 없고 환경영향평가도 이뤄지지 않은 곳에 사드를 무조건 배치한 것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말부터 '안 되면 되게 하라' 정신으로 현안 처리에 속도를 냈다. 방식은 '안하무인식'이었다. 지난해 11월 23일 체결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도 그 중 하나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밀실협의'로 처리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고 무산된 사안인데 국방부는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협정 논의를 시작한 지 27일만에 헤치웠다. 협정 체결 후 본서명까지 대략 7~8주가 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국방부는 1주일 만에 모든 것을 마무리했다.


'가짜영웅'논란을 빚은 심일 소령 공적 기정사실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공적이 진실이 아니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육군 군사연구소도 심 소령의 공적이 허위일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대선 투표일 약 2주일을 앞두고 심 소령의 공적이 사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군 역사 바로세우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계기를 덮은 것이다.


북한 추정 해킹 사건도 급하게 종료했다. 국방부는 군 내부 전산망 해킹 사건에 대한 결과를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지난 2일 대선 일주일 앞두고 기습 발표를 감행했다. 8개월 가까이 끌던 국방망 해킹 사건을 그 시점에 발표하는 것이 국정 공백 속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 군 검찰은 국군사이버사령관 등 비밀 유출에 책임 있는 군인 26명을 징계 의뢰하고, 기관경고 등에 그쳤다. 창군 이래 유례 없는 군 해킹 사건에 형사처벌 대상자 한 명도 없이 사건을 종결한 것이다. 징계의뢰 조차 징계가 최종적으로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는 시점부터 국방부는 민감한 현안들을 '일사천리'로 마무리했다. 그 곳에 절차적 정당성도, 명분도 없었다. 군 당국은 이 시점에서 골칫거리 사안을 모두 마무리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쉴 지 모른다. 하지만 군 당국의 ‘속도전’이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군 당국이 강조해 온 ‘국방’과 ‘안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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