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에 모인 3만명의 시민과 노무현-문재인의 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돌출무대로 나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7.04.22 머니투데이 이동훈

말 그대로 부산 서면이 '디비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의 집중유세가 벌어진 서면 젊음의 거리에는 주최측 추산 3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여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외쳤다. 문 후보는 부산이 야도(野都)의 모습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 고무적이었는지 벅찬 목소리로 "부산이 다시 민주주의의 성지가 됐다"고 밝혔다.

'인산인해(人山人海)'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다른 단어가 없었다. 문 후보의 경남 창원 유세 취재 후 바로 부산으로 달려온 기자단은 서면의 무대에 접근하기 위해 수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인파를 헤쳐야 했다. 2002년 월드컵 거리응원을 방불케 하는 인파였다. 문 후보도 무대까지 올라오는데 15분 정도 걸릴 정도였다. 무대 앞에 서있던 한 시민은 "오전부터 자리를 잡았다"며 웃었다. "서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본다"는 말도 나왔다.

문 후보는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어조로 연설을 이어갔다. 담담한 어조의 연설을 주로 하는 문 후보가 이례적으로 '쇳소리'를 낼 정도였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서 온 몸을 던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문 후보다. 그 부산에서, 자신을 지지하기 위해 기록적인 인파가 몰린 것에 특별한 감정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노 전 대통령과 부산에서 '빨갱이' 소리를 들으며 도전할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을 것이다. 문 후보의 연설은 다음처럼 계속 이어졌다.

"3당 합당으로 갈렸던 민주세력이 완전히 하나로 복원되었다. 부산에서 불던 정권교체의 동남풍이 이제 태풍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때 보고 드리겠다. 당신이 못다 이룬 지역주의 극복의 꿈, 당신의 친구 문재인이 해냈다, 이렇게 자랑스럽게 말씀 올리겠다. 그 위대한 역사의 승리를 우리 부산시민들께서 만들어 달라. 호남 지지는 과반을 넘었고, 부·울·경과 충청은 과반에 다가섰다. 부산이 조금만 더 도와주시면 된다."

문 후보는 "영남, 호남, 충청 등 전국에서 지지받는 사상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2년 12월17일 서면에서 "전국에서 고루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탄생시켜달라"고 말했었다. 문 후보는 분명 이날 2002년 서면의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서 비빔밥을 비비며 13년전 노 전 대통령이 전주에서 '통합의 비빔밥'을 만들었던 사실을 떠올렸던 그다. 입버릇 처럼 "노무현이 못 이룬 꿈을 이루겠다"고 밝혀오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부산·경남(PK)의 압도적 우위를 가져간 채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PK에서는 51%를 얻기 위해 뛰고 있다. PK에서 과반 이상을 가져간다면, 대선에서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는 좋다. 문 후보는 이날 부산 뿐만 아니라 울산에서 8000명, 창원에서 5000명의 지지자를 끌어모으며 '대세'를 증명했다. 민주당이 지난해 총선에서 PK 지역 국회의원 8명을 배출하는 성과를 낸 것을 미뤄볼 때 표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정도로 조직도 단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현장 분위기 하나로 안주하기는 어렵다. 전날 여론조사 전문업체 갤럽이 발표한 4월3주차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문 후보의 부산·울산·경남 지지율은 40%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30%,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12%로 추격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증가한 '샤이 보수층'까지 감안한다면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을 중심으로 한 '북풍(北風)'도 불고 있다.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북한이 주적이라는 것은 대통령이 할 발언이 아니다"라고 한 것도 PK 민심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PK에서 여전히 '보수'의 목소리가 센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부산시당 관계자는 최근 '북풍' 과 관련한 민심에 대해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긍정적인 신호는 절대 아니라는 의미다.

이를 의식한 듯, 문 후보는 PK 방문길에 적극적으로 '안보 대통령'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았다. "군대도 안 다녀 온 사람들은 특전사 출신인 문재인에게 얘기도 꺼내지 말라"고 말할 때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실렸었다. 안보공세를 펴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를 향해 "한 쪽으로는 김대중 정신을 말하면서 호남표를 받고자 하고, 다른 한 쪽으로는 색깔론으로 보수표를 받으려고 한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정면돌파의 의지를 밝힌 것이다.

촛불집회로 대표되는 시대정신의 이면에는 금수저·흙수저로 대변되는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확신에 정면돌파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국민들이 '북풍몰이' 보다는, 자신의 슬로건 처럼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주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실제로 그의 연설에서 가장 호응이 좋은 대목 중 하나는 "일자리 대통령으로 평가받겠다"는 부분이다. PK에서는 원전이 모인 지역 특성상 '원전 제로'를 외칠 때 많은 환호와 박수가 나왔다.

문 후보는 서면에 모인 3만명의 지지자 앞에서 "다음에는 대통령으로 인사 오겠다"고 밝혔다. 대선까지 남은 17일 동안 문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을 실현할 저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대통령으로 서면에 온다면 '3만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부산에서는 '디비졌다' 보다는 '작살났다'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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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면에 모인 3만명의 시민과 노무현-문재인의 꿈

[the300]盧에 이어 文도 "전국 지지받는 대통령"…PK 51%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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