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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여론조사, '아 다르고 어 다른' 질문의 힘

[the300][뷰300]노무현·정몽준 단일화 질문에 "경쟁력" 빠졌다면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질문 문항/리얼미터 제공

국민의당이 지난 16일 한 여론조사기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관이 설정한 대선후보 가상대결 질문이 자칫 국민의당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아 다르고 어 다르게' 질문한들 결과는 같지 않을까. 국민의당은 “그렇지 않다”는 쪽이다. 경험적, 제도적으로도 여론조사에서 '질문'의 힘은 막강한 걸로 드러난다.

 

흔히 여론조사 결과표에는 '지지도 조사'라는 항목뿐 아니라 실제로 뭐라고 질문했는지 문장을 담는다. "귀하는 ○○○ 후보와 □□□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아주 '드라이'한 질문이다. 수식어를 붙이면  "귀하는 청렴한 ○○○ 후보와 부패한 □□□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십니까" 쯤 된다.

 

이런 질문은 결과에 영향 주는 건 둘째 쳐도 응답자들에게 후보나 정당의 이미지에 대한 잔상을 남긴다. 이게 너무 극단적 설정이라면 2002년 대선,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승리21 후보의 단일화 여론조사를 보자.

 

양측 사활을 건 힘겨루기의 쟁점은 여론조사 질문 문항이었다. 당시 정 후보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높지만 정체, 노 후보는 낮지만 상승세였다. 며칠간 진통 끝에 최종 질문은 "이회창 후보와 경쟁할 단일 후보로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로 정했다. '경쟁할'이란 수식어가 노무현 후보에겐 신의 한 수였다.

 

당시 질문이 달랐다면 결과도 달랐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협상팀은 질문의 힘을 알고 있었다. 노 후보 쪽에선 (정치인만 보면) 김한길·신계륜 전 의원, 정 후보 쪽은 김민석 전 의원,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이었다. 이들은 단일후보로 누가 '적합'인지,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는지, 아니면 다른 표현으로 할 지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신계륜 전 의원은 "이회창 후보와 맞설 '자격'과 '능력'을 강조하는 뉘앙스면 노무현 후보가, 이길 '가능성'을 강조하는 뉘앙스면 정몽준 후보가 각각 다소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회고했다.('내 안의 전쟁과 평화' p.221)

 

다시 2017 대선. 국민의당이 '펄쩍 뛴' 여론조사 질문은 이렇다.

△문재인·안철수 가상대결 설문: "이번 대선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후보 문재인,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의 연대 단일후보 안철수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시겠습니까."

△문재인·홍준표 가상대결 설문: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후보 문재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연대 단일후보 홍준표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습니까."

 

임내현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은 "국민의당-바른정당-한국당 간 연대는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에게 부정적 인상을 심어줄 우려가 높다"고 했다. 반면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다른 조사기관들도 사용하는 가정이고 그럴 연대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도 있는데 국민의당 논리에 의하면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것"이라며 "법률적, 사실적 오해로 본사의 중립적 여론조사업체로서의 명예마저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으로 여론조사 전화를 받게 되면 질문에 귀 기울여보자. 공직선거법은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편향된 어휘나 문장을 사용해 질문하는 행위, 응답을 강요하거나 조사자의 의도에 따라 응답을 유도하는 방법으로 질문할 경우"는 처벌 받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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