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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좌)과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사진=머니투데이 DB

“외화내빈”

전문가들은 현재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임금격차 해소 방안’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겉보기에 귀를 사로잡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화려한 수사에 그치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이채필 전 장관과 방하남 한국고용노동연구원장에게 대선주자들의 임극 격차 해소 공약에 대한 의견들 들어봤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대기업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방향성은 공감한다”고 했다. 다만 “세금으로 임금을 뒷받침 해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공약한 중소기업이 신규채용시 정부가 2년간 50만원씩 임금을 보조하는 것을 두고서다. 방 원장도 “시장은 생물인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면 시장은 적응한다”며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정부의 원래 목적이 흩어지고 없어지는 경우가 많아 좋은 정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그렇다고 그것마저 안 할 거냐는 다른 문제”라면서도 “공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통해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을 높이도록 하는 방향성으로 끌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 후보는 모두 공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기능강화를 공약했다.

방 원장은 이에대해 “법과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닌데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세부적으로 손질할 부분은 있지만 정부의 집행의지와 기업과 산업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선주자들이 저마다 공약하고 있는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약속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전 장관은 “최저임금을 너무 빠른속도로 올리면 해당 근로자에게 잠깐 득이 될 수 있어도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용의욕이 꺾일 수 있다”며 “언제까지 얼마로 올리겠다고 약속하는 건 정치 포퓰리즘이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안 후보는 2022년 임기내 달성을 약속했고 문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후보는 2020년까지 실현을 공약했다. 

이 전 장관과 방 원장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임극격차 해소간의 균형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이 전 장관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이해하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낮추는 것은 기업의 탐욕“이라고 지적했다.

방 원장도 “선진국의 경우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 오히려 보수를 높게 주는 경향이 있다”며 “반대로 네덜란드와 덴마크 등은 노사협상의 큰 틀에서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는 경우 임금을 낮추는데 합의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사가 합의해서 고용안정성과 인력운영 유연성, 임금협상의 큰 틀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책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두 전 장관의 의견이 갈렸다. 방 원장은 "불황기에는 일자리 질보다 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생각"이라며 "청년실업도 높고 베이비붐세대가 은퇴하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다양한 일자리를 만드는게 시급하다. 우선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그 후에 질을 높이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장관은 일자리의 질을 높여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이 전 장관은 “나무 하나하나를 살피려고 하지 말고 숲 전체의 토양이나 환경을 바꿔주는 거시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며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뿐아니라 인프라 격차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방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올리기위해 지방공단재생프로젝트로 접근해서 교통인프라, 편의시설, 작업여건 개선 등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격차를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수행 주체로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매칭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