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표 넘보는 文, 적폐 넣어두고 생활·경제·안보 꺼냈다

[the300]10일 이후 메시지에 적폐청산 실종…"北 도발시 사드 불가피"

부산·울산·창원=이재원 기자 | 입력 : 2017.04.12 17:37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1일 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안보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기를 지켜보고 있다. 문 후보는 이자리에서 “한반도에서 또 다시 참화가 벌어진다면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걸고 저부터 총을 들고 나설 것”고 말했다. /사진=뉴스1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생활밀착형 공약과 지역발전 비전을 통해 민심 잡기에 나섰다. 그간 전면에 내세웠던 '적폐청산'은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는 것이 눈에 띈다. 적폐청산이 정치적 '편가르기'로 왜곡돼 중도 표심이 거부감을 갖는 것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후보는 12일 'J노믹스'로 이름붙인 경제 구상을 내놨다. '사람중심 성장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 연 평균 7.0% 증가, 10대 핵심 분야에 투자 및 일자리 창출 등이 포함됐다.

지난 11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했다. 월 1만1000원의 통신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등이 포함됐다. 통신비 절감 공약은 지난 10일 발표한 도시재생 뉴딜정책, 중소기업 정책, 광화문 대통령시대 정책에 이어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공약 시리즈의 네 번째다 순서다. 12일 '사람경제'가 다섯번째다.

약점으로 꼽히는 '안보' 분야에서도 과거에 비해 선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창원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계속해서 핵 도발, 고도화를 해 나간다면 (사드)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후보는 경선 과정을 비롯, 지금까지 사드 배치에 대해 '다음 정부로 넘길 문제'라고 배치·철수 여부에 대한 즉답은 하지 않았다. 

이에 비춰 불가피론을 내놓은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정감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결과다. 11일 저녁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참화가 다시 발생하면 저부터 총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진영을 막론하고 민감한 주제인 '안전'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부산과 울산 모두에서 '원전·석유화학단지 안전 확보'도 약속했다. 그는 "안전은 가장 중요한 삶의 토대"라며 "준공 40년이 지난 석유화학단지의 지하 배관망 등 노후 시설 안전진단을 신속하게 실시하고 원전 신설도 백지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지난 10일 선대위 첫 회의에서 "정권연장 세력이 비전이 아닌 오로지 '문재인은 안 된다'로 맞서고 있다"며 "그럴수록 우리는 비전·정책으로 진짜 정권교체가 뭔지를 국민께 보여드려 선택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런 행보는 모두 안정감과 정책 비교우위를 확보, 중도 표심을 잡으려는 태세다. '집권비전'을 제시해 중도 성향 유권자를 끌어안겠다는 것이다. 특정 세력이나 계층을 '적폐'라고 규정하는 것도 자제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통신비 공약을 발표하면서 "소비자는 요금폭탄을 맞고 있지만 기업은 요금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대기업의 통신비 책정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래도 이걸 '적폐'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캠프 관계자는 "특정 세력에 의한 불법 행위를 '적폐'라고 지적한 것이지만, 이것이 국민을 겨냥한 것으로 왜곡, 공격받는 일이 생기고 있다"며 "앞으로는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를 해소할 수 있는 비전과 생활밀착형 공약 등으로 외연을 확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 후보는 전날 부산, 울산, 경남을 방문하며 '지역 발전 비전'을 내놨다. 부산 벡스코에서는 △공항 복합도시 조성 △북항 재개발사업 △해양산업 금융지원 △부산형 스마트 청년 일자리 창출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울산 상공회의소를 방문해서는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보호 △울산 도시외곽순환도로 조기 착공 △울산 공공병원 건립 적극 지원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관리 △공공기관 지역인재 고용 30% 의무할당제 등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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