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리에 맡겨져야 할 구조조정이 정치화되고 있다. 5월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주자들이 기업구조조정 방향을 언급하면서 안그래도 복잡한 구조조정 셈법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주요 구조조정 대상기업이 호남, 영남 등 지역을 토대로 하고 있어 ‘정치 논리’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 사례가 금호타이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중국 타이어기업 더블스타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었다. 그러자 대선후보 선출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금호'가 호남의 대표적 기업이란 상징성에다 광주, 전남 곡성, 경기 평택 등 국내 공장 고용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금호타이어 국내공장은 3800여명의 일터라며 "국내 공장의 고용유지가 매각의 조건이 돼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 된다.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채권단은 단순히 금액만이 아니라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재입찰을 제안했다. 재입찰에서도 만족스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중앙정부·지방정부가 투자하는 반관반민펀드 형태의 가칭 광주시경제재생기구를 설립, 여기서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뒤 적정 매수자를 찾자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민관합작펀드를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일본정부가 도시바 메모리사업부 매각 관련 민관합작펀드에 대한 우회 자금지원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더블스타 컨소시엄의 규모, 경영계획을 고려하면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뒤 재매각한 '먹튀'가 재연될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오는 27일 호남에서 첫 경선을 치른다. 민주당은 전통적 기반에서 국민의당과 경쟁무대가 된 호남을 회복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결국 금호타이어 매각을 지역민심에 파장을 주는 선거 변수로 보고 호남 구애에 나선 셈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매각에 따른 고용불안과 지역경제 악영향을 지적하며 "불공정 매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시장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도 정치바람이 불 분위기다. 이미 부산‧경남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대선 주자중 문 전 대표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나섰다. 문 전 대표는 경남 창원 민주노총경남본부에서 열린 '조선산업 살리기 정책수립을 위한 대화'에 참석, “차기 정부가 대우조선 구조조정 실패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미 충분히 고통 받은 노동자와 중소협력업체들의 고통이 추가되면 안 된다"며 "국민 혈세를 금융채권자들의 금융 회수용으로 쏟아 부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사채권자를 포함, 금융채권자의 고통분담을 요구한 걸로 해석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 전 대표가 말한 원칙있는 추가자금 지원 기조에는 동의한다"며 "무엇보다 공공용선 조기발주, 정책자금 지원, 기술 지원 등의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밝혔다.